난개발과 도내 상주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제주도민이 여태 경험해본 적 없는 충격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MBC 시사매거진2580은 제주 바다의 비밀편에서 제주하수종말처리장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오수를 그대로 제주바다에 방출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바다 밑은 황폐했다. 주변 마을 주민들은 악취를 호소했다. 오염된 바다에서 잡은 생선의 내장은 깨끗한 바다에서 잡은 생선의 그것과 다르다고 한다. 하수처리리장 배수관이 뿜어내는 물은 단순한 '똥물'이 아니다. 인간의 배설물은 물론 온갖 오염 물질이 뒤섞인 폐수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 바다에서 잡힌 수산물들이 육상양식장에서 기른 것들보다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자연산이 양식에 밀렸다. 그 바다에서 잡은 우럭을 '똥 먹인 우럭' 혹은 '똥우럭'이라 부르면 될까. 오염된 바다는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병균 양식장이 되고 만다. 문제가 장기화 되면 가까운 마을어장들이 직격탄을 맞으며 인근 해수욕장 역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하수처리장의 한계용량 초과는 올해 유난히 심했던 고수온저염분수의 유입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고수온저염분수는 일시적인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원희룡 도정은 제주도의 인구 증가와 개발 중심의 기조로 도정을 펼치고 있다.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똑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아무도 이번 똥물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는 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지역 주민들은 악취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마을의 이미지 훼손을 두려워 하고 있다. 행정 당국의 환경보호에 대한 의지 결핍이 지역 주민들의 삶과 경제를 어떻게 엉망으로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원 도지사는 지난 6월 22일 제주시청 제1별관 회의실에서 열린 민선6기 전반기 도정보고 및 시민과의 대화에서 "상주인구 100만까지는 대비를 하고 모든 계획을 짜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원 도정이 상주인구 100만 명은 물론 현재 65만에 대한 대비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번 하수처리 문제를 통해 드러났다.

하수처리 문제는 쓰레기 문제, 교통 문제 등 제주도가 당면한 수많은 문제들 중 하나일 뿐이다. 도민들은 오래전부터 세계환경수도니 청정자연이니 하는 허울보다 실질적이고 실천적인 환경보호 방안 마련을 주문해왔다. 제주 해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 뭐하나? 그 귀한 해녀들이 '똥바다'에서 헤엄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원 도지사는 물론 관계자들 중 그 누구도 이번 하수처리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사과를 하면 개발 일변도인 도 정책이 이런 사단을 낳았다고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결국 원희룡  도정은 자기가 파놓은 덫에 걸린 셈이다.

이번 충격적인 '똥물' 사태를 바라본 도민들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혹시 이런 마음은 아닐까. '더 이상 제주에 똥칠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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