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침전되었던 아픔들이 바람을 타고 와 툭, 툭, 나를 건드린다. 바람이 차가워지면 쓸쓸해지고 만다. 가을마다 이렇게 진통이 느껴지는 것은 내 오래 된 상처에 대한 애도의 과정이 빠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일은 없었어,라고 나 자신을 기만하며 기억을 도려내기 위해서 애썼던 지난날들. 이제 해마다 찾아오는 이 바람을 조금씩 받아들이도록 하자. 마음의 치유엔 긴 과정이 필요하다. 살아 있는 동안 아픔은 매번 느닷없이 파고들어 상처로 남을 터. 겹겹이 쌓이는 어둠에 눌리지 말아야 한다. 지나온 것들의 뒷모습을 남겨야 한다. @남원포구 가는 길

ⓒ정미숙, sawolmind@naver.com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