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의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의 메타포가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 그것은 때로 선약으로 때때로 독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과도하지 않는 한 술은 정신건강이나 사회적 관계성의 매개체 역할로서 무척 긍정적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술로 인해 빚어지는 폐해는 수도 없이 많다. 범죄, 부정부패 등이 술자리에서부터 빚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술의 문화가 바로 세워져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서귀포시는 과연 술에서 자유로운가, 생각해볼 때가 있다. 비틀거리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의구심이 드는 경우가 있어서다. 서귀포시는 음주와 관련해 관대하게 인정하는 관행이 오랫동안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다고들 여긴다.

어느 날 길거리에서 취한 모습으로 마주친 서귀포시 모 과장은 반가운 나머지 기자를 껴안으며 “요즘 글이 너무 나가는 거 아닌가?”라 말을 붙인다. 공직자들은 술자리에서 이러쿵저러쿵 안주삼아 보도에 관한 이야기도 하는 것 같다. 곁에 있던 일행 몇몇은 택시를 잡고서 이차 장소로 이동하자고 독촉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위안인 점은 몰려다니며 술을 마시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최근 서귀포시 어느 부서 K모 주무관은 한 달째 허리부상으로 입원해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현재 어느 동 책임자로 나가 있는 부서 전임자와의 술자리가 화근이었다. 동료들과 회포를 푸는 자리가 파한 후에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모 동장은 “3차까지 가면서 술을 마신 건 사실이지만, 집으로 돌아간 뒤에 옥상 베란다에서 떨어진 것과는 관련이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제주시내 모 병원에 입원중인 K 모 주무관은 “척추수술을 했기 때문에 보호대를 차고 12월 중순부터는 근무할 수 있다는 의사 진단이 있었다”면서 2개월 병가중이라고 말했다. 술자리에 같이 있었던 김 모 과장은 “K모 주무관이 하던 업무를 딴 사람이 처리하고 있다. 업무는 차질이 안 생기도록 알아서 한다”라고 답변했다.


모 보건소 H주무관의 경우는 평소 우울증 증세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오다 지난 2일 오후 2시, 외출차 사무실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과 직원들은 집안에서 찢겨진 유서를 발견해 곧바로 서귀포경찰서에 가출신고를 냈다. 행방이 묘연했던 H씨는 3일 오전 9시 30분께 서귀포시 동홍동 소재 미악산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차량에서 경찰과 동료직원들에 의해 발견됐다. 현재 H주무관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안정을 취하면서 병가를 낸 상태다.


이와 관련 해당 보건소 소장은 “유서가 아니고 낙서 비슷한 찢어진 메모지가 발견돼 알게 됐다”고 한다. 사무실에서 갈등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본인의 면회사절로 인해 지금까지 병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는 애로점을 토로했다.


하지만 주변 얘기로는 H주무관이 평소 관계성이 원만치 못해 힘들어 했고, 휴직을 고려했었다는 것이다. 이 사고와 관련해 시장의 특별 지시로 지난 7일부터 3일째 해당 보건소에 대한 감사가 시행됐다.


한편 서귀포보건소 송순오 정신건강증진센터 담당은 “주기적으로 자살예방 위기관리사업으로 올해도 3천1백여명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면서 “H주무관의 경우에도 최근 3개 보건소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워크숍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으며, 식사도 잘 하고 가는 걸 봤다”고 말한다.

장수익 기자

술 권하는 사회의 유혹은 여전하다. 공직사회 내에서는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가늠하기 어렵지만, 관계성을 돈독히 하고 직무 능력도 제고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건강한 음주문화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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