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규정 미비 틈타 업체 난립 우려…

돌고래 전문가, "선박 이용 돌고래 관광 아직 시기 상조", "돌고래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수도…"
 
D업체 홈페이지 캡쳐
최근 제주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레저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돌고래 생태관광도 그 중 하나다. 돌고래 생태관광은 좁은 수족관을 벗어난 대자연에서 돌고래를 관찰하는 것으로 앞으로 제주 관광이 나아가야할 방향 중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제주에서 돌고래 관측이 레저 산업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김녕요트투어를 이용한 관광객들이 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를 만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부터다. 이후 제주에서 남방큰돌고래 생태 관광의 가능성이 고려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요트 투어 중 돌고래를 마주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돌고래 관측이었다. 남방큰돌고래의 개체수가 적기 때문에 바다에서 돌고래를 만날 확률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김녕요트투어는 돌고래를 홍보 전면에 내세울 수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서귀포시에 위치한 D모 업체가 제주어민과 함께하는 야생돌고래 탐사라는 타이틀로 돌고래 관광 사업을 개시했다. 제주에서 돌고래 관광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최초이다. 근래 남방큰돌고래들이 한곳에 중점적으로 출몰하고 있기 때문에 D업체는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서식 환경이 좋고 먹이가 많은 대정읍 영락리 앞바다에 남방큰돌고래들이 살다시피 하고 있다. D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돌고래를 만난 확률이 80% 이상이다.
 
대자연에서 헤엄치는 돌고래를 가까이서 바라보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하지만 선박을 이용한 돌고래 관광이 남방큰돌고래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국립수산연구원 고래연구센터의 김현우 박사에게 최근 제주 지역 남방큰돌고래들의 현황을 전화통화로 물어보았다. "제주 앞바다에 사는 남방큰돌고래가 110마리 가량 된다. 서식 환경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한림 쪽에서 많이 보였지만 선박 등이 적은 곳을 찾아 영락리, 일과리 쪽으로 찾아드는 것으로 보인다. 그곳에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김현우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남방큰돌고래들이 영락리를 찾는 것은 다른 지역의 환경 악화 때문인 것이다. 좋은 환경을 위해 찾아온 영락리에서 선박을 이용한 돌고래 관광이 진행된다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박을 이용한 돌고래 관광에 대해 김현우 박사는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의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아직은 선박을 이용한 돌고래 관광을 할 때가 아니다. 돌고래 관광 업체들은 선수파 타기(돌고래들이 선박이 만드는 물결을 타고 노는 행위)를 유도하게 된다. 이는 돌고래들의 체력을 고갈 및 출산율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충분한 개체수가 확보된 뒤에 선박을 이용한 생태관광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분간은 육상 관측 기반의 관광을 권하고 싶다."
 
돌고래 생태관광을 처음 시도하는 D업체 역시 똑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D업체 홈페이지를 보면 돌고래 돌고래 탐사 시 주의 사항이 명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해외 기준일 뿐이다. 위반 시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 남방큰돌고래와 관련해 깊은 지식이 없는 무자격 사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 돌고래들의 서식 환경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이에 돌고래 생태관광 관련 규정 및 조례를 만들어 돌고래 친화적인 생태관광이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병엽 제주대학교 교수(수산학 박사), 이정준 다큐멘터리 감독, 돌고래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 등은 이와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자리를 갖고 남방큰돌고래 보호 조례의 내용 및 범위와 제정 방법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주 앞바다에 110여 마리 뿐인 남방큰돌고래를 대상으로 관광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보호와 연구·조사가 우선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남방큰돌고래의 서식환경이 피해를 입은 뒤 대책을 마련하면 그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후인지도 모른다. 관계자, 공무원, 관련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발 벗고 나서 돌고래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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