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제주에서 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전인 비엔날레(Biennale)가 열릴 예정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비엔날레라는 명칭이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베니스, 상파울로, 휘트니비엔날레를 비롯해 상하이, 싱가폴 등 전 세계적으로 300여개의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고 국내에서도 1995년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 대전, 서울, 대구 등 전국에서 경쟁적으로 열리는 이 국제미술전은 어디에나 있는 흔한 것이 되었다.

놀랍게도 제주에서도 1995년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던 같은 해에 제주프레비엔날레가 열렸었다. 전국적으로 가장 빠른 행보였지만 예비비엔날레였던 제주프레비엔날레는 본격적인 돛을 올리지도 못하고 중단되었다.


근 20여년간 개최되었던 국내 비엔날레의 역사를 뒤돌아 볼 때 이제 혁신과 첨단으로 무장되었던 비엔날레의 위상은 글로벌리즘이라는 미명하에 서구 중심의 담론을 재생산, 유포하는 창구라는 날선 비판과 피로감에 젖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비엔날레가 본격화되던 90년대 초반은 세계화에 맞물려 국제적 이벤트가 곳곳에서 열병처럼 번져가던 시기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국제미술전인 비엔날레는 절묘하게 편승했다. 하지만 형식에 치우친 나머지 여전히 정체성에 논란을 빚고 있는 급격한 글로벌리즘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결코 비엔날레에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엔날레를 통해 많은 국제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으며 스스로 정체성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체성이라는 것은 결국 전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국제성과 지역성의 교차점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국내 작가들이 국제시장에서 위상을 높이는데 많은 지렛대 역할을 했다. 아무튼 긍정과 부정,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이 지점에서 제주가 비엔날레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예술섬 제주를 견인할 동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제주는 자연관광에서 문화관광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 방안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다.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산업을 키워내기 위한 미래전략으로서 예술과 관광의 결합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로서는 당연한 목표이고 예정된 수순이다.

몇 년 전부터 일본 나오시마를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일본의 나오시마와 제주는 섬이라는 환경은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다른 조건에 놓여 있다. 결국 우리에게 걸맞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 대안이 제주비엔날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홀수 년에 제주비엔날레와 짝수 년에 세계섬문화축제를 두 축으로 삼아 문화예술섬 제주를 견인하는 강력한 동력으로 삼자는 구상이다.


둘째, 제주비엔날레는 제주의 기존자원들을 활용해서 자연, 생태, 역사, 예술을 융합하는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문화의 뿌리인 해양문화를 기반으로 기후변화, 해양오염, 생태문제 등 제주가 가지고 있는 현안 문제들을 예술을 통해 재인식하고 미래비전을 제시하는데 의미가 있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예술허브로서 제주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교류와 소통

이경은(제주도립미술관 학예연구관)

을 통해 지역의 한계를 극복, 동시대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엔날레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아무튼 2017년 제주는 비엔날레를 통해 제주예술의 성장가능성을 타진하는 새로운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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