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아/ 전교조 제주지부 대의원

제가 근무하는 무릉초등학교는 다혼디배움학교입니다. 지난 글을 통해 몇 차례 소개해 드렸지요. ‘다혼디배움학교에서 희망을 품다(2015. 9. 5.)’, ‘삶과 배움이 만나는 곳(2015. 12. 18.)’, ‘삐돌이가 죽었다.(2016. 4. 7.)’, ‘학교의 심장, 학교도서관에서 자라는 아이들(2016. 5. 26.)’. 이번에도 학교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무릉초등학교에는 학생다모임 시간이 있습니다. 일반학교의 전교어린이회와 비슷한 성격의 3~6학년 학생자치회의 시간인데 다른 점이라면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격주로 모입니다. 목요일 6교시가 되면 도서관 온돌마루와 커뮤니티 공간에 선후배 아이들이 뒤섞여 옹기종기 앉습니다. 칭찬과 격려의 말로 모임을 시작합니다. 지난 시간에 나온 제안들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결과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안들은 부서별로 역할을 나누어 해결하고 학교에 건의해야 하는 부분은 대표교사가 전달하고 진행상황을 알려줍니다. 그동안 다모임 시간에 다루어진 안건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학생들이 내놓은 의견이 주를 이루지만 안전과 건강에 유해하기에 교사들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도 전체 약속으로 정했습니다. ‘학교 앞 마트에서 군것질 안하기’, ‘학교버스가 집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스마트폰 사용 안하기’ 등이 그것입니다. 지난 주 목요일, 아이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무릉판 ‘학생총궐기’입니다. 하루 전인 수요일 오후에 방과후 읽기프로그램 보충공부를 하는 1, 2학년 아이들만 돌봄교실에서 살짝 데리고 나와 교사연수실에서 간식을 먹였습니다. 보충공부에 지친 어린 아이들을 격려한다는 취지였는데 교사들도 함께 먹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목격한 3학년 학생의 입을 통해 소문은 빠르게 퍼졌고 아이들은 벼르고 있다가 다모임 시간을 통해 교사들을 응징한 겁니다. 진땀나는 격렬한 논쟁 끝에 이 사안은 다음 다모임에 이어서 다루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날,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우리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수업도 참관하고 전반적인 현황을 살폈습니다. 대표로 공개수업을 한 6학년 학생들은 다모임 칭찬소나기에서 후배들의 격려와 칭찬의 박수를 받았지요.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제민일보 11월 25일(금)자 종합 2면에 <다혼디배움학교 “차별성 없다” 뭇매>라는 타이틀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현장을 함께 방문했던 담당기자는 기사 서두에 별안간 <디혼디배움학교는 교육과정 차별화에 실패했다>고 결론짓습니다. 교육위원들이 <학교 및 도교육청 관계자에 대해 “자율학교로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일제히 질타했다>고 전합니다. 또한 <“제주특별법상 자율학교 특례를 활용한 부분이 전혀 없다며 시수를 늘려 학력격차를 줄일 수 있는데도 방치한다면 자율학교의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뭇매><실패><지적><질타><비판> 등 노골적이고 거친 표현으로 채워진 기사를 읽으며 교사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교육위원회 출입 기자의 ‘다혼디배움학교’에 대한 한 줌의 이해도 없는 기사는 혁신이라는 기치를 가슴에 품은 채 매일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는 교사들의 기를 무참히 짓밟아 버렸습니다. 학교에 무한 애정과 지지를 보내왔던 학부모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어떤 이들은 ‘다혼디배움학교’가 ‘제주형 혁신학교’라고 합니다. 또 기존에 제주형 자율학교로 ‘i-좋은 학교’가 있었기에 이에 대한 연속선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위 기사에서 교육위원들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영어와 수학이 약하다면 다른 교과에 손대지 말고 시수를 늘려야 하는데 방치하고 있답니다. 외국인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 외국어를 정식과목으로 편입할 수도 있답니다. 예산은 교육청에서 해결할 수 있을 테니 학교가 용기를 내야 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자율학교 특례법은 학교를 좀먹는 병폐들을 제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교육과정 편성의 기준은 <지금 바로 이 아이들이 더 넓고 큰 세상으로 날아오르게 도와주는 날개인가? 바다로 가라앉게 하는 납덩어리가 될 것인가?>입니다. ‘다혼디배움학교’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무릉초등학교는 ‘사랑과 배움으로 함께 성장하는 행복공동체’. 그러니 도의회 교육위원님들, 학교의 속내도 모르시고 생각이 다르다고 하시는 그런 말씀들, 이제 그만요.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