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품종 다변화로 위기 극복해

제주도가 추진중인 감귤휴식년제가 감귤재배농가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 도 농정당국은 올해 감귤생산 예상량이 80만t 정도로 가격 대폭락이 예상됨에 따라 간벌·휴식년제 등의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 20만t을 감산키로 계획을 세웠다. 즉 3천ha 의 감귤원에 휴식년제를 시행, 10만t을 감산하고 간벌과 감귤원폐원, 품종갱신, 정지. 전정 등을 통해 5만9천t을 줄이며 열매속기와 수상선과로는 4만1천t을 줄여 60만t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감산정책의 핵심은 휴식년제에 있다. 감귤재배 역사상 처음으로 시행되는 휴식년제가 농민들로 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적과제인 휘가론과 에스텔을 사용할 경우 낙엽현상이 발생해 나무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농민들이 주저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참여농가에 대한 인센티브가 적은 것이 원인이라는 것, 경작면적이 작은 소농이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주장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또 한가지 묵과할수 없는 것은 지난해의 경우에서 처럼 흔히 말하는 적정생산량을 달성해도 소득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심리도 큰 이유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지난해 생산량은 60만t에 크게 미달해도 소득은 99년도에 비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원리상 공급이 적으면 상대적으로 가격은 높아지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논리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적어지면 이에 반비례해 소득은 높아진다는 진부한 논리는 농민들만 더 실망시켜 농정을 더욱 불신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휴식년제가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고 현재의 암담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호전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은 농정당국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일반 농민들에게 20만t 줄이면 적정가격을 넘는 고가에 팔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큰 일이라는 것이다. 감귤수입이 자유화 되기 이전에는 공급량에 따라 소득은 결정되었지만 UR이후 외국산 오렌지가 수입되면서 부터 이같은 공식은 더 이상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생산량이 적어 감귤값이 상승할 기미를 보이면 대기업을 비롯한 민간 수입업자들이 수입에 혈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자유화로 감귤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서 감귤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3만6천 농가의 생계를 지켜주고 제주 경제를 지탱해 주는 기간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감귤산업을 살리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면적 축소, 고품질 생산, 유통구조 개선 등 여러가지 대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방법중에서 최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하고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품종 다변화인 것 같다. 즉 현재처럼 세계감귤 추세를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에서는 위험을 다변화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감귤재배에 대한 위험요소를 분산시키지 앓고 한 품종에 집중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가 증명하고 있다. 석유 수입을 한지역에 집중했다가 오일 쇼크와 걸프전 등으로 원유가격이 폭등해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고 기계류 등 자본재 수입을 일본에 의존했다가 지금도 일본 경제의 상황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이 됐으며 수출선도 미·일에 집중되면서 미국 일본의 사정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우리나라 수출을 선도하는 반도체와 자동차도 국제시장에서 시세가 하락하면 곧바로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위축되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따라서 감귤산업도 99% 온주감귤을 생산하는 상황에서 만감류 등으로 개선하는데 농정당국이 치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지도 기관에서는 요즘 농민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부지화나 청견 등을 포함해 우수품종을 여러가지 선정해 지역별. 마을별로 순회하며 재배기술을 비롯 품종의 장·단점을 지도하는 적극적 농정을 실시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만감류를 재배하기 위해서는 비가림 시설을 해야하는 만큼 농정당국은 시설 마련이나 묘목구입, 접수 공급등에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재정적 지원에도 인색함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최근들어 만감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자 일부사람들은 몇년내로 이들 품종도 공급초과 현상에 직면할 것이라며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99년 현재 생식용 만감류의 재배면적은 4백27ha로 제주도 전체 감귤재배면적 2만5천8백ha의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만감류는 기존 온주감귤 처럼 출하시기가 집중되지 않고 연중 분산해 출하할 수 있을 뿐더러 기존 하우스 온주감귤보다 맛에 뒤지지 않으며 재배 비용도 더 들지 않기 때문에 경쟁력도 그만큼 높일 수 있어 소비확대도 가능하다. 감귤산업의 위기를 이겨내고 영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품종 다변화가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하겠다. 오명문/편집국장 제255호(2001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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