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516도로는 어느 날 뚝딱 만들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주도민들에게 선물을 안겨주듯 만들어낸 길이 아니다. 한라산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서귀포시와 제주시를 잇는 516도로는 조선시대에 말을 타고 다녔다는 얘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확인 가능한 기록에 따르면 그보다 최근인 1932년 즈음에는 일제에 의해 산도가 개설됐다. 당시에 이미 인력과 물자를 옮기는 것이 가능했다. 

1961년 박정희 소장은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군사정부의 정통성을 인정받고자 비행장, 광장이나 도로 명칭 등에 516을 갖다 붙이기 시작했다. 해군 준장으로서 제주도 계엄사령관이었던 김영관 제주도지사는 군사정부에 건의해 제주시 산천단에서 성판악, 수악교, 토평을 지나 서귀포시에 이르는 너비 6m, 포장폭 4m, 총길이 41.16km 산남북 관통 포장도로를 1966년 6월에 준공했다. 

제주시 산천단 인근 도로변에 위치한 516도로 비석.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를 새긴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 기념으로 세운 돌 기념탑은 토평동산과 산천단에 아직도 남아있고, 김영관 지사의 공적비도 성판악에 세워져 있다. 이 공적비에는 “한라 산록의 기적을 다짐하던 그대, 열을 모아 손을 붙인 1962년 3월 24일, 백리 가파른 산을 뚫어 잠자던 들판에 생명을 불어넣은 아! 그대는 이 땅을 연 개척자! 밀물처럼 일어오는 이 길의 감동과 함께 우리는 그대의 위업을 영원히 추모하리라! 33만 도민의 이름으로 이 비를 세우다”라고 씌어져 있다. 

516도로 산중에 자리 잡은 성판악매표소를 통해 올라가는 한라산 등산코스가 인기를 끌면서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빨리 산천단과 하례삼거리에 환승 주차장을 만들거나 계단식 주차장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판악에서 수악교로 내려오는 사이에 만들어진 숲길은 사계절 아름다움을 간직해 오가는 여행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또 빗길이나 눈길에 대형사고가 반복해 일어나면서 악명 높은 도로로 손꼽힌다. 

그리고 수치스런 어울리지 않는 도로명이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다. 그 동안 도로명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간헐적으로 일기도 했으나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가 없어서 무산되곤 했다. 그중 위성곤 국회의원 등이 제주도의원 시절 516도로명 변경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새누리당 도의원들의 극렬 반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을 지켜본 많은 제주도민들이 이 기회에 박정희 전 대통령 우상화를 비롯해 군사정권에 정통성을 부과한 사업과 유산들을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도민들은 평화의 섬 제주도에 알맞은 새 도로명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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