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부쳐

-제주해녀문화 보전 위한 3대 과제 설정 후 해결해야…

-환경오염 소득불평등 성폭력·여성혐오 문제 해결 없이 제주해녀 웃기 어렵다.

 

제주해녀문화가 드디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는 분명히 희소식이다. 그러나 굉장한 성과를 이룬 듯 난리를 피우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제주는 이미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지정(2002년),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에 등재(2007년), 세계지질공원(2010년) 인증 받은 바 있다. 제주는 ‘유네스코 3관왕’이라고 대외 홍보에 열중해왔다. 제주도민들은 그런 성과를 몸으로 느끼고 있을까?

유네스코에서 제주의 자연을 추켜세웠지만 도는 제주 자연을 보존하는 것보다 개발에 열중해 왔다. 세계지질공원으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화순리 금모래해변 일대에는 해경부두가 들어서면서 경관을 망가뜨렸다. 해양수산부는 추후 금모래해변에 콘크리트를 붓고 항만시설로 이용할 예정이다. 화순리 주민들에게 유네스코가 다 무슨 소용일까.

제주가 아무런 타이틀을 갖고 있지 않았던, 그저 제주도라고만 불렸던 시절이 더 살기 좋았다고 많은 도민들이 평가하고 있다. 원 도정이 제주 자연환경의 상태, 제주도민들의 삶의 질보다 타이틀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제주해녀가 소비형 관광 상품 또는 이벤트용 캐릭터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와이 훌라춤을 추는 원주민 무용수들처럼 제주해녀 역시 제주도민들의 삶속에서 찾아보는 것이 어려워지고 결국은 마치 박물관의 유물처럼 전시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똥바다로 대변되는 제주 바다의 오염상태는 제주해녀가 처한 상황을 잘 말해주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바다 속에 물건(수산물)이 부족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 제주해녀들은 물질만 해서는 생계를 꾸려갈 수 없다. 생존을 위해 귤농사, 밭농사를 지으며 고된 시절을 견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해녀문화를 치켜세우는 모습은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제주해녀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한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바다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문화가 세대간에 전승되고 있으며, 여성의 역할이 강조되는 점, 지역공동체 정체성을 형상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주 여성들이 처한 환경은 얼마나 열악한가. 제주의 마을공동체는 망가지고 부숴지고 있다. 제주바다는 앞서 말했다시피 똥바다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제주도는 가정폭력·성폭력 발생률에 있어 전국 1위이다.

대외적으로 홍보하는 제주와 실제 제주의 모습은 이처럼 괴리가 심하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홍보에 열중하다보니 제주도민이 스스로의 환상에 빠져 있는 모양새다. 환상과 거품으로 일군 제주는 부동산 값은 폭등하고 있다. 제주는 삶의 터전이라기보다는, 장사꾼들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서민들은 생활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해녀들은 환상의 섬 제주가 아닌, 바로 그런 ‘레알’ 제주도에서 살고 있다.

제주도는 그동안 제주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을 위한 조례 제정과 전승위원회 등을 구성해가며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해녀문화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실을 맺었다. 이제는 안을 돌봐야 할 때다. 제주 해녀가 처한 진짜 현실을 봐야 한다.

난개발과 하수처리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환경오염 실태, 물질을 해서는 생계를 꾸려나갈 수조차 없는 소득불평등 구조, 제주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성차별·여성혐오 등 제주도의 진짜 얼굴을 봐야 한다. 환경오염, 성폭력, 소득불평등 문제를 3대 과제로 설정하고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주해녀들은 결국 물밖으로 나와서 쇼핑몰의 마네킹처럼, 박물관에 박제된 동물처럼, 하와이의 훌라춤 무용수들처럼 전시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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