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 글씨가게

붓으로 그리는 봄날이란 부제를 단 '글씨가게'. 언뜻 글씨가게? 글씨를 판다! 호기심과 왠지 모를 따뜻함을 전달받는다.

서귀포소방서 맞은편, 크지 않은 가게 유리에는 예쁜 글씨의 소소한 작품들이 걸려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엽서, 컵, 소품, 전등갓 , 명함, 메뉴판 등 캘리그라피로 예쁘게 쓰여진 손글씨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우선희 작가가 운영하는 '글씨가게'. 미대를 나온 우 작가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시화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글씨 쓰는 것의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일찍이 사회생활과 학업을 같이 병행해야 했던 작가는 그가 잘하는 글씨 쓰는 것으로 지금은 많이 사라져버린 pop가게를 운영했다. 오랜 시간 가게를 운영했던 작가는 어느 날, 쉼을 위해 찾았던 제주에 잠시 머무르게 되었고 그렇게 운명처럼 제주 남자를 만나 제주에 정착하게 됐다. 낯선 곳에서 정착하며 어느 새 24개월, 9개월 예쁜 두 아기의 엄마가 된 그녀는 다시 붓을 들게 됐다.

요즈음 제주는 캘리그라피 붐이 일고 있다. 학교에서, 평생교육원에서, 동네에 있는 도서관에서도 교양강좌로 캘리그라피가 열리고 매일 끊임없이 유입되는 사람들의 새로운 가게들이 동네 곳곳에 생겨나며 인테리어의 한 부분으로도 자리잡게 되었다. 감성 마케팅과 일맥상통하는 캘리그라피는 사람들에게 손으로 직접 쓴 글씨로 위로를 전한다. 감성 시대이니 만큼, 새로 오픈하는 가게의 메뉴판, 간판, 작은 소품들도 캘리의 매력으로 가득찬다.

대한민국여성능력개발협회 캘리그라피분과 제주지부인 글씨가게의 우 작가는 이 공간을 통해 실용캘리를 이용한 다양한 소품뿐만 아니라, 미대 출신답게 그림을 곁들여 내부 인테리어, 벽화 작업도 하며 가게에서는 다양한 이들의 만남의 장소, 취미반, 강사반의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우 작가는 "캘리그라피는 본인의 이야기들로 표현하는 것이다. 나를 위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생각, 감정, 느낌을 나만의 글씨체로 표현해낸다. 캘리에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그림으로 웃고, 글씨로 위로 받다' 가 우리 가게의 모토인데, 캘리를 통해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 쉼을 얻어가길 바란다"며 '글씨가게'를 꾸려가는 이유를 전한다.

요즘에는 먹, 수채화 등 다양한 캘리가 있어 서예가 기본이 되는 전통캘리보다, 실용캘리 위주의 수업을 한다. 취미로 수강을 하는 이들에게는 자기 직업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카페를 운영하는 분에게는 카페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맞추어 수업을 진행한다. 그 사람의 직업이나 개개인의 성향에 맞게 맞춤 교육을 하고 있다. 또, one day클래스도 있어, 하루 정도 나만의 캘리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수업도 진행한다. 아기 돌 잔치를 앞두고 있는 엄마가 내가 직접 쓴 카드로 손님에게 감사카드를 전하고 싶을 때, 잠시 짬을 내어 캘리를 배우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수업외에, 자격증반을 두어 강사 양성을 진행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글씨체를 갖고 있다. 오랜 시간 나도 모르는 사이, 지문처럼 나를 나타내게 되는 글씨는 그 사람의 성격, 인생, 삶, 생각을 담는다. 글씨에 아트를 입힌 것이 캘리그라피라고 한다면, 캘리는 나를 표현하는 나만의 작은 예술인 셈이다.

글씨가게를 통해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본인 내면의 것들을 표현해내고, 삶의 위로를 찾아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당신에게 글씨로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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