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 / 시인 서귀포시 주민복지과

닭의 해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닭 벼슬처럼 새빨간 꽃이 지금 보물섬 제주 곳곳에 피어 있는데 꽃말도 참 근사하다.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붉게 물든 얼굴로 사랑을 고백하는 동백꽃의 또 다른 꽃말은 '청렴과 절조'다.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를 맞으면서 꽃봉오리를 맺고, 꽃이 질 때도 시들지 않고 통째로 꽃이 땅에 뚝 떨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청렴의 꽃 동백꽃!

내 유년시절 이웃집 돌담에는 동백나무가 수 십 그루 줄지어 서있었다. 동백꽃이 피는 이맘때면 동네 꼬마 친구들과 꽃잎을 따서 하나씩 입에 물고 쪽쪽 빨면 달콤 쌉싸름한 꿀이 입안으로 슬며시 들어오고 잠시 뒤 저마다 입술에 노란 꽃가루 도장이 찍혀 있어서 깔깔대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할머니는 동백 씨앗을 주어다가 기름을 짜서 매일 아침 긴 머리에 동백기름을 바른 뒤에 참빗으로 정성껏 빗은 뒤 동그랗게 말아서 가운데다 은비녀를 꽂았다. 할머니를 기쁘게 할 마음으로 동백 씨앗만 보면 놀다가도 주머니 가득 주어다가 할머니 손에 드리곤 했었는데... 동백기름을 잊고 살다가 가끔 서울 사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 폐와 기관지에 좋다면서 꼭 신흥3리 동백꽃 마을에 가서 동백기름을 사달라고 할 때가 있다. 인터넷으로 부르지 참 귀찮게 한다는 생각도 잠시 '친구 덕분에 할머니와의 추억을 더듬게 되었구나,' 고마운 마음으로 변한다.

2015년 부패인식지수로 살펴본 대한민국 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56점이다. 1위는 덴마크(91점), 2위는 핀란드(90점), 3위는 스웨덴(89점)... 대한민국은 37위다. 7년째 연속 정체된 모습이라고 한다. 부패인식지수는 실제 부패 지수가 아닌 대중이 느끼는 부정부패에 대한 지수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생각하는 공무원과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를 뜻하기도 한다.

국회의원이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고발 전담기자를 양성해 고위층 부정부패를 감시한 뒤 국민에게 공개하는 덴마크 언론, 사우나와 사냥 그리고 골프를 같이 치지 않는 것이 부정부패를 막는 길이라는 스웨덴 검사, 지방 시찰 중 총리의 과속을 목격하고 주민들이 신고를 해 벌금을 물게 하는 뉴질랜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작은 규칙위반에도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해외 청렴국가의 이런 사례를 보면 말하지 않아도 우리의 현주소를 알 수가 있겠다.

요즘 비선 실세 최순실 파문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가청렴도는 더 엉망이 되었다.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문제를 보면서 청렴은 공무원과 정치인만 갖춰야 하는 덕목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청렴은 각자 지켜야할 삶의 기본원칙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동백꽃은 동박새가 없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한다. 동백은 나비나 벌이 활동하지 못하는 겨울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동박새가 꽃가루받이를 대신해줘서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동박새도 꿀이 귀한 겨울에 동백꽃의 꿀을 먹을 수 있어서 서로 공생관계라고 할 수가 있는데 참 아름다운 모습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 세상에 동백꽃과 동박새의 관계처럼 우리도 청렴을 지키면서 서로 도와주며 나누면서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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