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중의 문화엿보기<26>

정이 많은 흑인들미국에 갔을 때 흑인들을 처음 대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손바닥과 발바닥을 제외하고는 검은 피부를 가진 미국 흑인들이 동양인들만 보고자란 필자에게는 더욱 거리감이 있었고 거부감도 느꼈다. 하지만 그런 선입관은 백인에 대해서는 가지고있지 않았으며 그 선입관마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척 불쾌하게 느껴졌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즐겨 봤던 만화들 속의 주인공들은 피부가 흰 사람들이었고, 악당들은 늘 짙은 피부색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수입 방영됐던 영화들 속의 흑인들은 폭력적으로, 비사회적 부류로 그려진 경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백인이 악당으로 그려진 어린이 영화나 동양인이 왕자이고 흑인이 신데렐라로 나온 영화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세계 최고의 뉴스라고 할 수 있는 CNN을 시청해보면 전세계 각 인종들로 구성된 아나운서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봐도 인종에 대한 선입관을 미디어로 통해 만들려는 의도는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가 경험했던 흑인들은 정이 많고 인간적이였다. 학교 구내식당에서 필자가 한번 점심을 사주자 영화를 보여준 것도 흑인 친구였고, 자동차가 고장나서 고생할 때 자기 부친께 부탁해서 도와 줬던 친구도 흑인 이였고, 도서관에서 일자리 잡는 것을 도와준 것도 흑인 친구였다. 오히려 백인 친구들은 오래가지도 않았고 자신들이 필요한 동안만 교제하고 정작 필자가 필요로 할 때는 별 도움이 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미국을 떠날 때까지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과연 백인들 사이에는 영화에서 보았던 그런 우정이 존재할까 하는 것이였다. 물론 부정직하고 폭력적인 흑인들도 보았다. 그러나 그런 흑인들은 주로 기득권 층에서 밀려나 변두리에서 살면서 교육을 받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인종의 특성이 아닌 가난에서 비롯된 하나의 부정적인 산물이였다. 다만 교육을 받지 못한 비사회적 구성원들이 흑인들의 비율이 많을 뿐, 거꾸로 말하면 기득권 층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흑인들이 많다는 것으로 피부의 색깔에 따라 사회성이 결정된다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을 보면 은연중에 흑인에 대한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 한국인들은 한 민족에 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경험을 해보지도 않았고 정확한 정보도 없이 흑인에 대해서 ‘검둥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올바른 자주적 판단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동양인을 비 사회적인 흑인과 같이 취급하여 인종 차별하는 백인 인종 차별자들에 대한 인식을 먼저 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제255호(2001년 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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