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환 서귀포시장 신년 인터뷰

  • 쓰레기 정책, 행정이 주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할 수 없어
  • 갈등 관리와 시민중심 의사결정 확대 위해 힘쓸 것
  • 자치권·행정력 상실 조직 혁신 통해 해소 노력
  • 제2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행정 간섭 없을 것

 

◇ 제주시에 이어 서귀포시에서도 요일별 배출제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서귀포만의 특성화된 시책은 없는지요. 

올해 1월부터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시범운영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요일별배출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보완하는 차원에서 준광역클린하우스를 천지동공영주차장(1호광장 인근)에 운영해 종이, 병류 등 1주일에 버리는 시기를 놓치는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올해 내로 읍면 주요 곳에 10개 이상의 준광역클린하우스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말 그대로 시범운영임을 감안해서 시범운영기간 6월말까지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개선방안에 충분히 반영해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겠습니다. 저는 쓰레기 정책은 행정이 주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시민의 협조와 동참이 지속되어야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시민과의 생활 속 협치를 강화하기 위해서 우리 서귀포시는 지난해 10월 시민중심의 쓰레기 줄이기 시민실천 운동본부를 발족해 운영 중입니다. 이는 민간 주도의 쓰레기 줄이기 정책을 발굴하고, 실질적인 감량운동을 추진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울러 2년 전부터 자발적 분리배출 운동을 주도해온 관내 부녀회 등과의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시에서는 쓰레기 수거처리는 행정에서 책임을 져서 처리하고, 배출단계에서의 쓰레기 줄이기와 분리배출은 민간차원에서 중심이 되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수거 인력을 늘리고, 처리능력을 확충하는 인프라 확충에 좀 더 세밀한 관심을 쏟겠습니다. 

 

◇ 서귀포 행정력이 약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자치권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인데요.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06년 7월 단일광역 행정체제인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동시에 행정시장 제도가 도입되어 운영되어 오고 있습니다. 이후 행정시장은 자치권이 없기 때문에 인사권과 예산편성권 등 시장 군수가 갖고 있던 고유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어 시민들은 행정력이 상실되었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거에 의해서 선출되지 않으면서 정치적인 위상은 감소한 게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관할구역은 훨씬 넓어지고, 시민들이 바라보는 행정의 실체 자체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복지와 경제, 사회적 질서 등 종합행정 기관으로서 행정시의 역할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자치도 출범 초기 행정시의 권한과 예산 등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부각되고 이것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던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바탕 위에서 시민과의 소통, 행정내부의 끓임 없는 혁신을 통해서 행정시가 수행해야 할 목표와 전략, 수단을 새롭게 설정해 가고 있습니다. 조직 전체가 더욱 책임감 있고 능동적으로 생활민원을 처리해내는 분위기를 만들어냄으로써 행정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불편의 목소리를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일관성 있는 시책을 유지해 나가기에는 2년이라는 임기는 짧지 않을까요. 

행정의 특성상, 2년 동안에 하고 다양한 시책들을 구상하고 실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2년이라는 임기 동안 집중과 선택을 통해서 우선순위를 정해 시정운영에 임한다면 나름 큰 성과도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2년이라는 임기는 시책을 펼치고 평가를 받는 충분한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행정시장의 자리는 행정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임기만을 가지고 논할 자리는 아니지 않는가 합니다. 누가 행정시장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시책은 계속 이어나가고 더 심화 발전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행정의 연속성, 책임성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 서귀포다움을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제주중에서도 가장 제주다운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귀포시다움은 여유로움과 쾌적함에서 시작됩니다. 몇 해 전부터 올레길을 찾는 관광객과 서귀포시를 찾는 귀농귀촌인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쁜 도시생활에서 지친 현대인들이 여유로움을 찾아 서귀포를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귀포시의 자연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입니다. 외국에 다녀오신 분들이나 육지부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을 만나보면 서귀포시가 얼마나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인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자생식물의 보고이자 신비의 약초의 산지, 수많은 신화를 품은 한라산에서 시작해 오름과 곶자왈을 품은 중산간 지대, 발길 닿은 곳마다 절경을 펼쳐놓은 해변,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넓은 바다인 태평양을 품은 서귀포 바다, 최남단 마라도와 가파도에 이르기까지 서귀포의 자연은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입니다. 서귀포만의 매력, 또는 서귀포시다움은 바로 이 서귀포의 자연에서 출발하고 끝나야 한다고 믿습니다. 자연을 잃는다면 서귀포의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인허가 행정을 하는데 있어서 중산간과 해안변이 난개발이 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2017년 시정 운영의 최우선 목표 딱 하나 꼽으라면 무엇일까요? 

소통과 혁신입니다. 종합행정으로 서귀포시의 역할에 더 충실히 해 나가겠습니다. 시민 중심의 의사 결정구조를 확대하고 생활 행정 속에서 협치를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일 잘하고 합리적인 조직을 위한 인사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공모직위제를 전체 6급 이상 직위의 20%까지 확대해 연공서열이 아닌 일 중심, 성과중심의 평가가 이뤄지도록 할 것입니다. 더 친절하고 민원 만족도를 높이는 행정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친절도와 직무만족도, 청렴도 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공무원 평가와 연계되도록 할 것입니다. 제2공항 예정 지역, 강정마을 등 갈등 현장을 찾아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주민 입장에서 해결방안을 찾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도와 중앙정부에 주민들의 입장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실 갈등을 완벽하게 해소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갈등을 행정시 차원에서 잘 관리해 극단적인 대치로 인해 주민들의 피해를 보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만 합니다. 갈등이 마을 발전과 주민들의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안에 역량을 모으겠습니다. 

 

◇ 서귀포 생명산업인 감귤과 1차산업 발전 방안을 갖고 있는지 궁급합니다. 

감귤이 제값을 받고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맛이 있어야 하고 유통과정에 부패과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맛 좋은 고품질 감귤 만들기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겠습니다. 시설하우스 재배, 성목이식, 토양피복지원 사업 등 당도향상에 집중 지원해 11°Bx이상의 감귤 생산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계통출하와 직거래 확대, 고품질 감귤 출하농가 인센티브 강화 등 유통 혁신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부패과 방지등 품질관리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부패과를 시장에서 격리시키지 않고서는 감귤의 제값받기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지난해도 극조생 출하 초기 부패과가 많아 전체 감귤이 어려웠던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감귤과 1차 산업은 우리 서귀포시 전체 산업의 29.3%를 차지하고 있는 생명산업입니다. 특히 서귀포시 감귤은 2015년산 기준으로 제주도 전체 생산면적의 67%에 달합니다. 최근 들어 빈발하고 있는 이상 기후와 시장개방, 타과일과의 무한 경쟁 등으로 감귤산업이 힘들어졌습니다. 감귤과 1차 산업이 무너지면 서귀포시 서민 경제도 무너진다는 각오로 감귤과 1차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이 있는지요? 
이중섭거리 위주에서 솔동산 문화의 거리, 서복전시관 등 작가의 산책길 전 구간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문화공연과 지역 주민의 문화 참여 기회를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옛 서귀포관광극장을 활용해 문화공연, 70년대 영화상영, 기획 전시 등 구도심의 문화 소극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도심권에 위치해 있는 이중섭미술관, 기당미술관, 소암전시관, 서복전시관 등 서귀포시 문화시설을 활용한 기획전시와 주민 참여 프로그램 운영으로 시민들이 편리하게 찾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 지난해 강정국제평화제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관 불허가 큰 문제가 됐습니다. 2017년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다시 열리면 협조하실지요? 

영화제는 문화의 영역입니다. 문화에 대해 행정이 이렇다저렇다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문화 행정은 문화전문가에게 맡겨야 합니다. 서귀포예술의전당 운영위원회 조례에 따라 시는 아무런 편견없이 심의위에서 결정하는 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게 행정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 끝으로 서귀포 시민들께 드릴 말씀이 있다면?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올 한해도 끓임 없이 현장을 찾고 직원들과 소통하며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당장의 큰 업적에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시민이 불편해하는 당장의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시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준비함으로써 임기가 끝날 즈음에는 일 잘하는 시장, 끓임 없이 노력했던 시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올 한해도 시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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