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 서귀포문화원 문화대학장‧제주언론인클럽 상임부회장

탄핵(彈劾)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탄(彈)’은 따진다는 말이고, ‘핵(劾)’은 죄상을 캐묻는다는 뜻이다. 헌법상 탄핵은 ‘잘못을 조사하여 책임을 지우는 즉, 공직으로부터의 추방’을 의미한다. 국회는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헌법 제65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받은 것은 이 조항에 의해서이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헌법을 준수’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 바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이러한 선서를 명백히 위반했다는 국회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물론 최종적인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지만, 어쨌든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일단 정지된 상태이다.

대통령 취임선서에서의 ‘헌법을 준수(遵守)’한다는 표현은 ‘헌법에 따라 행해야 할 의무’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임’을 아울러 진다는 말이다. 대통령은 변명의 여지없이 헌법을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이란 무엇인가. 헌법은 한 나라의 근본(根本)이 되는 법이다. 국가의 통치원리와 통치조직을 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그야말로 최상의 규범이다. 국가의 상징이자 실체(實體)로서, 모든 법의 정점에 위치한 기본법인 것이다. 이러한 헌법을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이 이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당연히 국기(國基) 문란이요, 능력부족‧자격미달이다. 역량도 자질도 없는 자가 국정을 농단(壟斷)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은 왜 취임선서(宣誓)를 하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통령은 바로, 헌법상 ‘주권자로 명시되어 있는 국민’을 잘 섬기기 위하여 굳은 맹서를 하는 것이다. 선서 내용은 헌법준수‧국가보위·조국통일‧자유와 복리증진·민족문화의 창달 등 전부가 소중한 덕목이지만, 이중에서도 ‘헌법준수’를 첫머리에 넣은 것은 헌법을 유린하거나 훼손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헌법은 귀중하다. 그러나 누구든 헌법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작은 등한시하고 무관심하다. 헌법이 국가의 정체성(正體性)을 규정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담고 있으며, 모든 법률의 기준이 되는 상위 규범이라는 사실은 알면서도 이를 배우려는 데는 소홀히 한다.

헌법을 공부하자. 헌법에 우리나라 ‘이름’이 들어있고(‘한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다), 국민인 우리가 국가의 ‘주인’임을 명기(明記)하고 있다. 주인으로서의 당당한 ‘권리’가 주어져 있고 ‘의무’와 ‘책임’ 또한 규정되어 있다.

헌법을 알아야 한다. 다시는 민주공화국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하고, 헌법을 준수하지 않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게끔 정신을 차려야 한다. 국민이 헌법에 관한 제반 실력을 갖춰야, 헌법을 지키고 나라를 튼튼히 할 수 있다. 올해 필자의 첫 칼럼으로 ‘대한민국 헌법’ 수호를 내 세우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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