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생활환경관리과에서 2월 4일 환경나눔장터를 열고 기증 받은 중고물품들을 나누는 행사를 가졌다. 신구간 이사철을 맞아 배출되는 대형 가전가구의 순환과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자발적 모금(10만2000원)도 받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서귀포시는 이 행사를 위해 3일까지 책상, TV, 의자, 가습기, 수납장, 장롱, 책장, 런닝머신 등 다양한 물품 50점을 기증받았다. 

첫 행사 치고는 비교적 잘 이뤄졌다는 평가다. 이사를 앞두고 대형 가전가구 처리 문제로 머리가 아팠을 시민들은 수거까지 직접 처리해주는 행사가 반가웠을 것이고,  필요한 물품을 무상으로 나눔 받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행사는 제주시에서 그 동안 진행해오고 있던 사업이다. 제주시환경나눔장터는 돌하르방예술단, 한마음봉사단, 태고보현봉사단, 아라복지연합 4개 봉사단체와 세탁업중앙회제주도지부가 참여하고 있다. 제주시환경나눔장터는 의류를 위주로 2003년부터 매년 진행해오고 있는 사업이다. 

이와 같은 행사들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행정 당국이 이벤트 전문 회사인가? 이 행사를 주관한 부서는 서귀포시 생활환경과다. 서귀포시의 쓰레기 정책을 맡고 있는 부서다. 현재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정책으로 시민들의 불편 가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부서다. 단발성 행사보다는 실질적이고 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하는 부서다. 이런 행사에서 어떤 지점들을 포착하고 장기적인 정책으로 수립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 

채진영 제주환경교육센터 사무국장은 지난해 12월 29일 저녁 제주시 벤처마루 5층에서 쓰레기 정책에 분노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자연순환 제주 5대 과제를 제시했다. 채진영 사무국장은 강력한 재활용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리사이클센터(재활용센터) 건립을 제안해 많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생활환경과에서 대형 가전가구로 국한해 단발성 행사로 진행한 환경나눔장터를 재활용 쓰레기까지 확장한 것과 같다. 대형 가전가구는 물론 재활용 쓰레기들이 한 곳에 모이도록 해서 필요한 재활용품이 있는 사람들이 사용토록 할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다. 환경나눔장터가 상시적으로 꾸려지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1차 재활용기반시설의 확충, 쓰레기 통계자료의 보완을 통한 장기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재활용에 대한 시민 의식 재고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환경나눔장터에 참가한 시민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그러나 그에 만족하지 말고 장기적인 대책 수립을 해줄 것을 행정당국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까? 단발성 행사보다는 장기적인 쓰레기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행정 당국의 역할이 아닐까? 서귀포시민들은 공무원들의 업무 피로도를 유발하는 단발성 이벤트보다 장기적인 쓰레기 정책을 잘 수립하는 행정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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