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지역밀착형 관광개발을 주목

제주를 아는 사람들은 ‘제주하면, 관광’을 떠올리고 이야기한다. 제주도의 지방자치단체들도 틈만나면 관광산업을 지역총생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생명산업이라 강조한다. 도민들도 집중된 반복인식의 효과인지 대개는 이에 수긍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관광이 거래되는 현장에서는 지역주민과 유리되고 그로 인해 관광활력이 부족하다. 월드컵 같은 초대형 관광이벤트를 앞두고도 도민적 참여의 분위기가 느껴지질 않는다. 호텔, 여행사, 관광지 등 관광상품 거래시장의 모습도 그러하고 취업이 어려운 관광고용시장의 현장도 그러하다. 왜 이렇게 말과 현실이 다르게 나타날까. 지난 2월 어느 공식기관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의 결과를 보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도민들이 관광을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 덕택에 개인적 혜택을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41.8%가 ‘얻지 못했다’고 대답하였다(‘있다’는 긍정적 대답은 19.0%). 제주관광개발이 지역주민과는 무관하게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결과이다.관광거래는 사회적 교환과정(Social Exchange Process)으로 일종의 계약이다. 관광객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관광지라는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움을 추구하며, 관광지 지역사회는 그 대가로 편익(주로 경제적인)을 향유한다. 관광객이든 지역사회든 어느 한쪽이 기대되는 만족을 얻지 못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관광계약은 파기되고 관광이라는 교환과정은 성립되지 못한다.최근의 세계 관광개발 동향은 이 교환과정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종전에 비해 두 가지 측면에서 가장 큰 특징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관광개발이 지역사회와 통합되어 지역주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관광생산의 주원료인 생태와 문화가 무엇보다 ‘관광 그 자체를 위해서’ 잘 보존되고 가꾸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두 가지가 뒷받침되어야 관광의 자양분인 지역 호스피틀러티(Hospitality)가 가능해지고 관광지 지역사회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관광의 지역밀착화가 이루어짐으로써 비로소 관광이 제대로 설 수 있는 것이다. 관광으로 말미암아 지역사회가 편익(마땅히 얻을 수 있다고 기대된)에 비해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하게 되거나 관광생산의 주원료인 생태 문화 등 환경이 깨어지게 되면, 궁극적으로 관광의 지속성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관광객, 지역사회,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최적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관광이 거꾸로 관광을 파괴하는 역설을 가져오는 것이다.우리가 관광을 가지고 장사를 계속할 요량이라면, 이제는 관광사업(개발)을 도민에게 돌려주어 실질적인 혜택을 보장하고 생태·문화 등 지역가치를 드러내게 하는 새로운 지역인식의 틀을 만들어내고 제도적 메카니즘을 갖춰야 한다.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관광개발이고 제주관광의 품격을 높임으로써 관광경쟁력을 확보하는 아마 유일한 길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제는 관광을 지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애정과 지역개발의 당연한 철학으로서, 그리고 제주관광의 지속성을 위해서 관광객의 기대와 요구는 인간의 심리가 복잡한 만큼이나 다양하다. 요즈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시장경제, 수요자 중심의 논리도 따지고 보면 별개 아니다. 여러 분야의 관광매력물을 소규모로 아기자기 하게 만들어주고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생태와 문화라는 지역가치를 소재로 지역민이 직접 관광생산에 참여하는 지역밀착형 관광이 요구되는 것이다.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재미있고 유익한 시설들로 채워진 규모있는 관광단지·지구개발도 필요하다. 관광의 지역밀착성을 강조하는 것은 단지·지구형 관광개발을 배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그 동안 너무나 외면해 온 생태와 문화,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하는 소규모 마을별 관광사업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이제는 대규모 관광개발의 논리에 의해 카지노다 뭐다 하면서 외국자본 유치에만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태와 문화를 잘 정비해서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보여주면 그것이 곧 제주관광진흥의 지름길이라는 상식을 확신으로 가져야 할 때이다. 관광은 관광을 위해서 지역민에게 되돌려져야 하며, 환경은 관광 자신을 위해서 ‘사이비 관광개발’로부터 지켜져야 한다. 하드웨어 중심형 관광개발에 비해 그 실천이 다소 힘들고 시간이 걸린다고 하여 생태·문화를 축으로 하는 관광의 지역밀착화를 연기하거나 포기한다면, 그럴수록 제주관광에는 희망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송재호/논설위원·제주대 교수제256호(2001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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