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위공모 후 주변정비에 컨텐츠 확보, 프로그램 강화까지

서귀포시 감귤박물관 전경. 국내 유일의 감귤 테마 박물관이다. 직위 공모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히 새롭게 탈바꿈하는 중이다.

국내 유일의 감귤테마박물관인 서귀포시 감귤박물관이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그동안 묵혀두었던 영상강의실을 정비해 활성화시키고, 관광객들을 위해 운영하던 감귤쿠키·감귤머핀 만들기, 족욕 체험 프로그램을 주말까지 연장해 참가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신효 애림계와 공동으로 주변 월라봉에 왕벚나무를 식재해 수려한 숲을 조성하는 첫 삽을 떴다. 마을 주민으로부터 128년생 하귤 거목을 기증받아 박물관 입구에 식재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밖에도 감귤을 테마로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한 플랜을 가동했고, 이를 기반으로 옥상에 전망대를 조성해 방문객들의 오감을 충족시킨다는 목표에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지난 2005년, 감귤박물관은 신효동 월라봉에 국내 유일의 감귤테마박물관으로 야심차게 문을 열었다. 애초에 감귤 홍보라는 목표에 충실하고자 했으나, 주민과 관광객들로부터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박물관이 최근 방문객들을 위해 프로그램 컨텐츠를 강화하고 운영시간을 연장해 호응을 얻고 있다.

거기에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방문객들의 만족을 이끌어낼 만한 컨텐츠를 발굴하지 못한 원인이 크다. 예산이 부족해서 관련 장비와 자료를 갖추지 못했고, 공무원들이 운영하다보니 전문성이 부족한 면도 있다. 게다가 제주도 구석구석에 테마박물관이 들어서는 상황에서 관료조직으로 이들과 경쟁하기는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운영 담장자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올 1월에 직위공모를 통해 부임한 홍기확 계장은 예산과 인력 부족을 탓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았다.

홍 계장은 “감귤박물관의 규모가 서울대 관약캠퍼스의 절반 정도라 여건이 훌륭하고,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있는 인프라에 프로그램을 잘 만들고, 마케팅을 잘해내면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주말에 운영하지 않던 감귤쿠키, 감귤 머핀 만들기 체험을 지난 2월부터 주말까지로 확대 운영했다. 또한, 예약으로만 접수했던 체험프로그램을 현장 접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관광객들에게 정보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감귤박물관 홈페이지를 새롭게 꾸몄다.

거의 방치된 상태에 있던 영상강의실(105석, 235㎡)을 보수해 각종 행사에 사용했다. 주민들의 간담회나 시청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사용했더니 이를 계기로 박물관을 찾는 주민들이 늘어갔다. 지금은 서귀포시귀농귀촌교육 장소로 활용되고 있어, 귀농귀촌인들에게 박물관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홍보 효과도 거뒀다.

거의 방치되었던 영상강의실을 보수해 시와 주민들이 활용하도록 했다. 이를 계기로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3월 들어서는 주변 분위기를 새롭게 꾸미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감귤연구소는 이달 2일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로부터 묘목 300그루를 기증받아 신효 애림계와 공동으로 월라봉에 왕벚나무 식목행사를 열었다. 몇 해 후면 제주자생 왕벚나무 꽃이 박물관 주변을 수놓을 전망이다.

또, 감귤박물관은 제주도내에 최초로 보급된 것으로 알려진 100여년 생 하귤나무를 기증받았다. 이 나무는 故 김병호 옹이 고종 31년(1894년) 당시 총리교섭통상사무였던 김홍집으로부터 씨앗 3개를 받아 심은 것으로 ‘경주김씨익화군제주파세보’ 1권에 기록된 것. 병호 옹의 후손들이 관리하고 있던 것을 기증받고, 박물관 입구 정원에 이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감귤 역사를 되돌아보고 스토리텔링의 소재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신효 애림계와 공동으로 월라봉 일대에 제주 자생 벚나무 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신효 주민으로부터 100년 넘은 하귤나무를 기증받아 입구에 이식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박물관은 그밖에도 감귤을 재료로 특화음료를 개발할 목표를 세우고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옥상 전망대에 야외 카페를 설치한다는 계획 하에 관련예산도 확보 중에 있다.

또, 박물관 이름에 걸맞게 자료 확충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성욱 학예사는 “이전에 자료확보 예산이 연간 300만원 밖에 되지 않아 실망했다. 앞으로 예산을 늘려 고문서를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능하면 올해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정도는 구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감귤박물관은 그동안 퇴임을 앞둔 공무원들이 잠시 들렀다가는 기관으로 인식되어, 침체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제 젊은 일꾼들이 분위기 쇄신을 위해 분투하고 있으니, 그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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