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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무슨 말을 한다 해도 믿지 않는다"고권일 강정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강원보 성산제2공항반대대위 집행위원장 2인 인터뷰
김재훈 | 승인 2017.03.31 17:47
좌 강원보 성산읍제2공항반대위 집행위원장, 우 고권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 둘은 동갑내기이기도 하다.

김재훈 기자(이하 김)/ 제2공항의 공군기지 논란과 이번 미군함의 입항으로 인해 제주도 전체가 군사도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 관련 얘기를 듣고자 두 마을에서 반대위에 소속돼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두 분을 초대했다. 강정 얘기부터 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강정마을 투쟁이 10년 차인가.

고권일 강정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이하 고)/ 2007년부터니까, 해군 기지 투쟁이 10년 됐다. 매번 다양한 상황들이 전개된다. 현재 강정마을은 구상권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구상권 때문에 34억5000만원의 일부라도 주민들에게 청구되면 그것을 개인 책임으로 놔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동의 책임으로 해야 하는데 마을 자산을 매각해서 처리하는 방법이 쉽지 않다.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함이 들어오고 나니 주민들이 맥이 풀려 버렸다. 공동체 회복은커녕 마을을 떠나 살라는 게 아닌가 싶어진 것이다.

강원보 성산읍제2공항반대위집행위원장(이하 강)/ 정권 바뀌면 구상권 문제 정도는 해결해 주지 않을까.

고/ 이번에는 확실하게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새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크진 않다. 상황이 지금보다 나빠지진 않길 바라는 정도다. 지난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 해도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하진 않았을 테니까. 

강/ 민군복합항의 민간 영역을 조금 더 강화하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고/ 그렇다 해도 미군이 들어오는 건 막지 못했을 것이다. 

김/ 대선 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요청하는 등의 방안은 고민하고 있나.

고권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

고/ 우리가 후보들에게 요구할 것이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구상권 철회 행정명령을 내릴 것. 두 번째는 국가가 국민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 세 번째는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해 불법공사와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고 사면 복권 조치를 할 것. 생색내기가 아닌 제대로 된 조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군기지 확장에 대한 우려, 군사 보호구역 설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것. 민항 기능을 국가가 보장하기로 했으니 확실하게 보장할 것. 미군기지로 쓰일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것. 

김/ 제2공항은 이제 투쟁 1년차인가. 강정 투쟁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 많을 것 같다. 

강/ 1년 3개월 됐다. 투쟁하다가 강정처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잘 모르는 주민들은 외부세력 운운하며 순수한 활동가들을 매도하는 목소리도 있던 것이 사실이다. 제주도내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려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주민들 사이에서 그런 목소리가 많이 약해졌다. 고 위윈장이 올여름 평화대행진을 함께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근데 우리 쪽은 아직 역량이 모자라서 잘 될까 모르겠다. 

김/ 제주의 여러 갈등 현장에 가보면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힘을 모으는 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고/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조건을 안 따지고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 주민들로서는 시민단체와 함께 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민단쳬 등을 왜곡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시민단체들이 없었다면 제주의 지금 모습이나마 지킬 수 있었을까.

강원보 성산읍제2공항반대위 집행위원장

김/ 제2공항 반대위는 조직이 아직 느슨해보인다. 온평리와도 별개의 대책위가 꾸려져 있지 않나.

강/ 느슨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공군기지 문제가 붉어지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온평리에서도 함께 대응 방법들도 마련하고, 연합집회도 가지려 하고 있다. 엄청난 소음피해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상황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도민들한테 쉬쉬하면서 정보공개 없이 진행하다가 들키면 변명을 일관하는 정부를 누가 믿겠나. 일단 공항을 짓고 나중에 공군기지로 활용하면 아무도 막지 못한다. 이제와 정부에서 공군기지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주민들은 믿지 않는다. 부동산 매물도 줄어든 상황이다. 정부에서 무슨 말을 한다해도 믿지 않는다. 신뢰도가 너무 떨어진 상태다. 

김/ 그간 세간의 비판도 많이 받았을 텐데. 

강/ 처음부터 지역이기주의로 몰렸다. 너넨 비행기 안 타고 다니냐는 소리를 부지기수로 들었다. 그런 식으로 이간질을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고 본다. 강정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너넨 대한민국 국민 아니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을 것이다. 공항을 짓고 말고 이전에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주길 바란다. 저가관광과 개발 위주의 정책을 수정하면 제2공항 건설이 잘못된 정책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제2공항은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시기에 졸속으로 추진한 국책사업이다. 반드시 따져봐야 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국책사업이 언제까지 지역 주민 무시하고 추진돼야 할 것인지. 

김/ 원희룡 지사에 대해 평가하자면? 

고/ 애초 새누리당 소속 도지사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마을 주민들은 원희룡 도지사가 평소에 하는 립서비스 때문에 조금이나마 기대를 하긴 했다. 앞에서 말은 진짜 잘한다. 그런데 이번 공동체회복사업을 추진해보면서 도지사는 강정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이라면 뭐든지 해주겠다고 했지만 도에서 검토하면서 죄다 불가 처리를 내렸다. 애초 행정에서 지역발전사업으로 구상했던 사업들만 가능하다 하고 있다. 이게 도대체 뭐 하자는 짓이냐. 때려치우자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 마디로 의지가 없다. 적당히 욕먹지 않을 정도로만 하는 것 아니겠나. 

김/ 강정 공동체회복사업의 핵심은 무엇인가. 

고/ 마을공동체가 깨지지 않으려면 소득불평등 해소가 중요하다. 공동체회복 사업의 첫 번째 사업은 취약계층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마을공동농장이다. 공동체가 똘똘 뭉쳐져 있으면 해군이 어떤 짓을 해도 마을 주민들이 자치권을 꽉 잡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와 함께 자치권을 지키자는 것이 핵심이다.

김/ 결국 제주도민들이 삶터를 어떻게 꾸려갈까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제주 도민다운 삶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다.

고/ 이런 문제가 나올 때마다 도시계획수립을 도시계획심위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도시계획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사회, 청소년까지 포함된 다양한 도민들이 모여 종합적 토론을 거친 뒤 제주도의 도시계획을 결정해야 한다. 신공항, 신항만 등의 토목건설 사업 위주로 도시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삶터를 만들어내는 생각을 해야 한다. 외국에서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대두되면서 그에 저항하는 시민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제주가 오버투어리즘의 문제가 발생한 지역이다. 전주시의 사례가 있다. 시민들이 모여서 계획을 짜면 멋진 계획이 나온다. 다음 지방선거 때는 분권형 도지사를 만들고, 도시계획심의건을 시민들한테 돌려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에어시티니 뭐니 도지사 한 사람 마음대로 다 해버리겠다는 게 말이 되나. 도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 아무리 멋진 정책이라 하더라도 현 도정 하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도지사를 바꾸지 않고는 지금과 같은 문제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김/ 강정 투쟁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어떤 장면들이 기억나나. 

고/ 돌이켜보면 절대보전지역 해제를 막지 못한 것과 김태환 도지사 주민소환 실패가 가장 안타까운 장면들이다. 도지사 소환을 하기 위해 피눈물 나게 고생해서 서명을 모았는데 갖은 방해공작 때문에 투표율이 모자라 실패했다. 이번 촛불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도 국민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국민들이 힘만 모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은 상태다. 국민들이 권력에 맞서 많은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김/ 10년 투쟁 경험을 토대로 이제 1년을 넘은 강원보 집행위원장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고/ 이렇게 해야 주민들이 이긴다는 말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알다시피 강정마을이 그런 상황은 아니다.(웃음)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결속력을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다. 강정 투쟁에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 국면은 감정평가를 위한 토지 측량을 나왔을 때다. 국가가 공탁을 걸고 원소유가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시설물에 대해 주민들이 잘 상의해서 임대료를 법원에 공탁을 거는 등의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이때 마음을 모아서 끝까지 버텨야 하는데, 강정은 그 부분을 실패했다. 

강/ 제2공항 반대투쟁은 그런 단계까지 가지 말아야 한다. 대선 국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려고 한다. 

김/ 사드(THADD) 배치 문제로 신음하는 성주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초창기 강정마을 모습이 떠올랐을 것 같다.

고/ 사드 투쟁을 하고 있는 소성리에 다녀왔다. 눈으로 살펴보면 민가가 수십 채가 안 된다. 시골 어른들이 손을 잡고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몇 번이고 말씀을 하셨다. 너무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두 마을의 현실을 통해 제주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 깊은 이야기, 감사드린다.  

김재훈  jhcloud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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