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 서귀포시동부보건소 감염병관리담당

 

평소에 그는 자식들을 사랑하고 아들과 만나 식사를 하고 술 한 잔도 마시면서 친구처럼 지냈다. 그러다 한 달 가까이 기침을 하고 식은땀이 나면서 몸무게가 58kg에서 52kg로 6kg나 빠졌다. 어느 날 아들과 술을 먹다가 아버지는 피를 토했다. 병원에 급히 가보니 진단결과는 폐결핵이었다. 가래에서 결핵균이 검출됐다.

병원에서 보건소로 신고가 들어왔고 아들도 가족검진을 하게 됐다. 아들은 잠복결핵으로 3개월의 약을 복용하고는 나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본인이 폐결핵환자라는 것을 부정했고, 보건소 직원이 방문할 때마다 화를 내고, 술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양성이기 때문에 주변에 감염될 수 있어 가족에게 협조를 구했다. 결핵은 본인의 문제만 아니라 가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보건소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임을 가족 분들께 설명 드리고, 술을 드시지 않게 협조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다행히 가족의 설득에 그는 아침에 술을 먹지 않고 보건소 직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2주정도 약을 잘 복용하시면 전염성이 없어지고, 6개월이면 나을 수 있음을 설명 드렸다. 그리고 보건소로 가서 흉부촬영, 가래검사, 혈액검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형님을 사랑하고 어머니를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본인 때문에 형님과 어머님이 결핵에 옮길까봐 화를 냈다고 했다. 가족검진을 하면서 형님과 어머님은 검사결과 다행히 정상이었다.

결핵은 기원전 7천년 경 석기 시대의 화석에서 발견될 만큼 가장 오래된 질병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질환이다. 1882년 독일의 세균학자 로버트 코흐(robert Koch)에 의해 발견됐다. 주로 폐결핵 환자로부터 나온 미세한 침방울 혹은 기침이나 재채기에 의해 30%정도는 감염되고, 감염된 사람의 10%정도가 결핵환자가 되며, 나머지 90%의 감염자는 잠복결핵 상태가 되지만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

발병하는 사람들의 50%는 감염 후 1~2년 안에 발병하고 나머지 50%는 그후 일생 중 특정시기에, 즉 면역력이 감소하는 때 발병하게 된다.

항결핵제가 개발된 이후 꾸준히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결핵은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약을 복용해서 2주정도가 지나면 기침이나 발열, 무력감 등의 증상은 거의 사라지게 된다. 결핵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핵약을 거르지 않고 매일 정확하게 복용하는 것이므로 가능하면 모든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약을 불규칙하게 먹거나 마음대로 약을 끊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결핵균이 다시 증식하면서 증상이 재발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약에 저항성을 가진 군이 출현하면서 치료에 실패하게 된다.

결핵은 첫 번째 치료에서 확실하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결핵약을 6개월 동안 꾸준히 먹는다는 것은 힘들지만 6개월을 꾸준히 먹으면 나을 수 있으니 희망이 있다. 사랑하는 자식과 어머니와 형님을 생각하면서 환자분이 오늘도 파이팅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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