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생태관광협의체 결성 후 발길 끊이지 않아

효돈천 하천트래킹. 하례리 주민들이 기획한 관광상품인데, 방문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하례리는 남원읍의 가장 서쪽 마을로, 효돈천과 신례천 사이에 자리 잡았다. 마을은 한라산 백록담 남쪽 고지대에서 계곡을 따라 걸서악을 거쳐 망장포 해안까지 길게 분포한다. 한라산 계곡과 오름, 포구를 품은 마을이며 고품질 감귤 주산지로 유명하다.

700여 년 전 고려 충렬왕 때 지금의 신례리와 더불어 호촌현에 속했다가 1914년에 호촌현이 분리되면서 하례리로 지정됐다. 1965년에는 하례리가 1리와 2리로 분리됐다. 과거 지금의 하례1리는 예촌가름이라 하여 땅이 기름지기로 유명했다. 현재 농업기술센터가 자리 잡은 터는 조선시대 금물과원이 있어서, 조정에 진상할 귤을 재배했다.

하례리는 제주도에서도 감귤 꽃이 가장 먼저 피는 마을이다. 겨울에도 눈이 내리는 날이 거의 없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연중 4~5일에 불과할 만큼 따뜻한 마을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온화한 날씨에 힘입어 귤을 의지해 생활했다.

마을의 서쪽을 흐르는 효돈천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하천 하류 쇠소깍은 관광명승지로도 유명하다. 효돈천은 우기를 제외하고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으로 계곡주변에는 난대림·활엽수림·관목림·고산림 등 다양한 생물군이 형성됐다. 마을 동쪽으로 흐르는 신례천은 천연자연보호구역으로 소귀나무, 황칠나무 등 희귀한 식물들이 서식한다.

효돈천과 신례천이 지닌 생태학적 가치 때문에 마을은 개발이 극히 제한됐다. 그동안 주민들은 마을에 주어진 제약을 원망하거나 체념하면서, 오로지 귤나무만을 바라보며 생활했다.

그런데 이마을 주민들은 지난 2014년부터 생태관광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마을에 개발은 제한되고 인구는 감소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공동체의 결속력은 약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가 팔을 걷어붙인 것. 그동안 주민들의 재산권에 제약으로 여겼던 천혜자원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환경보전과 지역경제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내린 선택이었다.

하례리 생태관광협의체 회의 현장.

마을 주민들은 지자체·NGO·생태전문가들과 더불어 생태관광마을협의체를 꾸리고, 효돈천을 활용해 원시 생명력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주민들이 생태복원사업에 참여하고 생태관광 우수 사례마을을 견학하면서, 환경보전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인식하게 됐다.

주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14년에는 제주도 지정 생태관광마을에 응모해 선정됐다. 주민들은 이를 계기로 생태관광마을협의체를 구성한 후, 그해 12월에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마을 공모에 선정됐다.

주민들은 어른들로부터 효돈촌에 관한 이야기를 채록했고, 전문가 모니터링을 통해 하천 트래킹 코스를 개발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생태해설가 양성교육을 실시해 생태관광을 주도할 인전 자원을 확보했다. 해설사 교육 수료자들은 초등학교에 환경교사로 나서기도 하고, 마을을 찾아온 손님들에게 생태체험을 안내하기도 한다.

또, 부녀회 주축으로 특선음식동호회를 구성해 음식개발에 나섰고, 마을을 상징할 브랜드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시행착오도 반복했다. 하지만 하례리생태관광마을 협의체는 수차례 회의를 반복하며 보완점을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마을주민들의 역량이 모아졌고, 주민들은 ‘내창축제’를 기획해 도 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젠 순천만 못지않게 유명세를 누리는 상황.

하례리 생태관광협의체 월중행사를 기록한 칠판에는 날마다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다. 외부에서 견학을 오는 팀들의 일정도 있고, 하천트래킹을 체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생태관광객들도 있다. 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환경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정도 있고, 협의체 회의 일정도 있다.

생태관광협의체 현경진 사무국장은 “하례리 생태관광마을이 목표는 환경보호와 주민복지 두 기둥”이라고 말했다. “개발을 통해 주어지는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조상 대대로 이어온 자연유산을 잘 가꾸면 마을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늘어날 것이고, 주민들은 그 과정에서 환경이 주는 혜택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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