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허기가 파도처럼 밀려올 때 찾는 '삽겹살 데이'

운동하는 아들, 운동을 마칠 무렵 허기가 밀려온다.
대패삼겹살 5인분 기본 세팅.
고기를 먹고난 뒤 볶음밥도 맛있다.
음식점 입구.

아들이 중학교 야구선수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매일 밤늦은 시간까지 연습과 체력훈련을 한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날마다 진을 빼는 걸 지켜보면 여간 안쓰럽지 않다.

그렇다고 부모가 뭘 뚜렷하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된 과정을 견디는 건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운동은 내가 가르칠 거니까 부모님은 잘 먹이기만 하세요.”

중학교 입할 할 무렵 야구 감독이 전한 말이다. 86아시안게임에서 육상 800m, 1500m와 30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임춘애 선수가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건 언론이 만들어낸 개발시대의 신화다. 운동선수로 성장하려면 체력과 기본기를 잘 갖춰야한다는 게 이젠 상식이 됐다. 두 가지를 갖추기 위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잘 먹이고 잘 재우는 거란다.

매일 밤 훈련을 마칠 무렵, 허기가 파도처럼 밀려올 때 아들은 고기를 찾는다. 그런데 밤마다 집안에서 고기를 굽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고, 외식을 자주 하자니 비용도 걱정이다.

그런데 그 고민을 해결해줄 만한 소식을 들었다. 동홍동에 ‘삼겹살 데이’라는 음식점이 문을 열었는데, 간판에 ‘삼겹살 1인분, 2500원’이라고 적혔다. 눈을 씻고 읽어도 ‘이천오백 원’이다.

처음 방문했을 때, 가게 안에는 ‘(제주산)대패삼겹살 1인분 100g 5인분 이상 주문’이라고 적혔다. 이 글에 다 들어있다. 삼겹살은 제주산인데, 냉동육을 얇게 썰어낸 대패 삼겹살이다. 보통 삼겹살 가게에서는 1인분 기준이 200g인 반면, 이 집은 100g이 1인분이다. 굳이 다른 가게와 1인분 기준을 맞추면 5000원이다. 5인분 밑으로는 주문을 받지도 않는다.

약간 속은 느낌도 있어서, 밖으로 나올려는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5인분을 주문해도 1만2500원이다. 2~3명이 고기를 먹는 비용 치고는 매우 저렴하다. 그런 짧은 셈을 끝내고 도로 자리에 앉았는데. 이집 단골이 됐다.

대패삼겹살은 붉은 빛을 띠는 게 상태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상치와 콩나물 무침, 김치, 파지, 마늘, 된장이 기본으로 나온다. 채소들은 파릇파릇하고, 김치도 짜지 않아 맛이 있다. 얇은 삼겹살은 굽자마자 익기 때문에 ‘굶주린’ 아들이 먹기엔 더할 나위 없다.

고기를 다 먹은 뒤, 볶아먹는 밥이 고소하고 맛있다. 볶음밥과 된장찌개도 각각 한 그릇에 2000원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양민숙·양해숙씨는 서로 자매지간이다. 불경기를 넘으려면 가격이 파격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 메뉴를 개발했다. 실제 재료비가 매출의 80%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적당히 팔아서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손익을 맞추기 위해 새벽까지 장사를 한다. 개업 한 달 쯤 지나자 매출이 80~100만에 올랐는데, 여전히 부족하다. 많이 알려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삼겹살 데이’, 아들의 허기를 챙겨주고, 아버지의 돈 걱정을 덜어주니, 내겐 고마운 음식점이다. 동홍동 초록마을 골목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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