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아 / 전교조 제주지부 대의원

박명아

제주도 학생 비만율은 전국 1위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타 지역과 학교 급별로 비교해도 최상위권입니다. 서울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읍면지역 아이들은 어떨까요? 올해 제가 가르치는 1학년 아이들만 살펴봐도 고도, 중등도, 경도, 과체중까지 상당수의 학생이 비만 상태인데 전체 13명 중에 4명이 경도 이상의 비만입니다.


아이들의 비만은 아침 결식, 패스트푸드 섭취량 증가, 운동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상을 벗어나거나 상식적으로 특이한 점이 있는 이유는 아닙니다. 제가 아이들과 생활하며 가장 관심 갖는 부분은 아침 결식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아이가 아침을 굶은 채로 학교에 가도록 방치하는 것은 아동학대라고 생각합니다.

먹기 싫다고 해도 설득해서 밥과 국, 반찬을 대신하는 간단한 대체 식품이라도 반드시 먹여 보내야 합니다. 아침을 먹지 않거나 못 먹은 채로 8시, 9시에 등교한 아이가 점심 급식이 이루어지는 12시에서 13시 사이까지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떻게 버텨낼 수 있습니까? 아침을 먹지 않아 배고픈 아이들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 욕구도 충족되지 않은 이런 처지에 문제해결력이니 자기 주도적 학습이니 창의성 교육이니 떠드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요? 더군다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학교교육 방향이라니요?


제주도교육청은 9시 등교와 더불어 아침밥 먹고 오기 운동을 상당히 오랜 시간 펼쳐왔습니다. 필요성을 공감하며 학교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고 제도도 안정적으로 정착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환경에 맡겨져 돌봄의 사각지대 또는 부모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아이들의 결핍은 어찌해야 하나요?

아침도 굶고 오는데다 편식은 일상이고 패스트푸드를 사랑하며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스마트폰으로부터 떼어내야 합니다. 채소를 즐기도록 관심 가져야 하고 땀 흘려 운동한 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제주도 각 학교는 지금 아이들 비만과의 전쟁이 한창입니다.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 작용하는 사안을 학교에서 물리적으로 해결하려 하니 참 딱한 일입니다.


 5월 장미대선을 앞두고 글을 쓰며 사랑스러운 초등 아이들의 순수하고 맑은 동심의 세계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한국 정치의 불순함에 피로감을 느끼는 분들에게 청량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대선 후보들에게서 ‘수능을 절대평가제로’, ‘교육부 폐지’, ‘국민 또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 간혹 솔깃한 교육정책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저 그런 공약들에 기대감이 흐려집니다.

교육은 전 국민적 관심사를 끌어내는 분야이기에 매우 폭넓은 계층의 요구조건이 작용합니다.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저런 담론이 오고가며 썩 괜찮은 정책과 지원책이 나오기도 하지만 금방 현실성이 없고 현장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폐기 수순을 밟습니다.

결론은 늘 학벌중심 사회가 문제라느니 입시제도가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느니 참 일관성 있는 핑계거리 뒤로 숨어버립니다. 학교는 늘 실험 대상이었고 앞으로도 크게 기대가 되지 않는 우리 교육의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월 이후에는 달라질까요?  대통령이 바뀌면 저절로 그토록 현실성 없던 중구난방의 정책들이 한 줄로 꿰어낸 듯 일관성 있게 추진될까요? 혹자는 대통령 후보는 아예 교육공약을 제시하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거칠게 표현합니다. 우리 현실에 딱 들어맞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당선 후에 당사자들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며 의미 있는 교육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올 이가 누구인지 그 사람을 우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찾아야 합니다.

소극적으로는 기득권층이라는 세상에 머물며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거나 국민을 피눈물 나게 하는 언행을 일삼는 무뢰배들에게 더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적극적으로는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대통령이 가능한 그런 꿈꾸던 세상에서 살아보기 위해.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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