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 장소 주변 찬·반 시위도 치열.. 여론 눈총에 위원들 결정 못내려

한진의 '지하수 증산 요구 안' 심의가 진행되는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주변. 한국항공 노조 조합원들이 증산 안 통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동안, 제주시민단체연대회의 소속 활동가가 1인 시위로 맞서는 모습.
지하수관리위원들이 2시부터 1시간 30분 가까이 마라톤 심의를 펼쳤지만, 심의 위원 사이에 극명한 입장차와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주)한국공항의 먹는샘물 용 제주지하수 증산 요구에 따른 심의가 다시 보류됐다. 한국공항 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직원들이 지하수 심의가 예정된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주변에서 찬성시위를 벌이며 심위위원들을 압박했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소속 활동가들은 반대시위로 맞섰다. 사안이 민감하고 여론의 눈총이 따가운 만큼 심의위원들이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제주도는 2일 오후 2시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지하수관리위원회를 열었다. 지난 3월 31일 한국항공이 신청한 ‘지하수개발·이용 변경허가의 건’을 심의하기 위한 자리다. 지난 4월 20일 심의를 열었는데, 일부 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에 쉽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지하수관리회가 5월 26일에 안건을 다시 심의하기로 결정했지만, 그날은 정족수 부족으로 심의가 열리지 못했다. 결국 심의를 위해 세 번 째 기일을 잡은 것.

위원회 전체적인 분위기로는 ‘승인’에 중심이 쏠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내 여론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위원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회의가 개시되기 전 한 위원은 “마치 죄인이 되가는 느낌”이라며 여론을 의식했다.

오후 2시 현영진 위원장의 사회로 회의가 심의가 개시됐다. 김영진, 박원배, 고태순, 김양보, 이병대, 현윤정 채진영 위원 등이 심의에 참석했다. 전체 심의위원 10명 가운데 7명 참석으로 정족수는 채워진 것.

이날 심의에는 한국항공이 신청한 안건을 포함해 총 6개의 안건이 심의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기자들이 이날 한국항공 먹는샘물 건에 주목하는 만큼, 이 안건을 가장 먼저 심의하고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

안건에 대해 검토가 이미 이뤄진 사안이어서 쉽게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심의는 1시간 30분정도 이어졌다. 결국 위원들은 다시 심의보류 결정을 내려다.

한국공항은 지난 3월 31일, 항공승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먹는샘물 ‘제주퓨어워터’를 추가로 제조하기 위해 지하수 취수허가량을 현재의 1일 100톤에서 150톤(월 3000톤→4500톤)으로 변경하는 ‘지하수개발·이용 변경허가’를 제주도에 신청했다. 하지만 지하수 공유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반대와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 심의위원들이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날 회의장 주변에서 벌어진 피켓시위전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애초에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회의장 주변에서 시위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국항공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정문에 집회신고를 하고 심의장소 주변을 장악했다. 그리고 심의 개시 한 시간 전부터 조합원 10여 명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펼쳤다.

이날 김성욱 한국공항노동조합 제주지부장은 “일부 단체들이 한국항공의 먹는 샘물 사업 자체를 취소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는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회사와 조합원들 사이에 단체협약을 통해 20년간 근속한 조합원들에게 한 달에 생수 3박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일부 단체들의 반대로 단체협약으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를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잠시 일손을 놓고 시위에 참가했으며, 집회로 인해 결손이 생긴 것을 채우기 위해 야간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 노조의 집회신고로 심의 장소 입구를 빼앗긴 시민단체들은 차도 반대편에 집회신고를 내고 역시 현수막과 피켓으로 맞섰다. 또 다른 활동가들은 정문과 심의 장소 마당 안에서 1인 시위를 펼쳤다. 1인 시위에 참석한 활동가는 “대한항공이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지하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땅콩회항 같은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상에 사업신청을 한 당사자가 시위를 하는 것도 처음 봤고, 노동자가 사용자 입장에서 시위에 나서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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