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신탁(주) 대평리에 연립주택 추진, 주민들 갑작스런 인구유입에 황당

주민들이 게시한 현수막.

안덕면 대평리(이장 이우택)는 서귀포시 예례동과 안덕면의 경계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군산이 마을 북쪽에서 동서로 길게 드러누운 채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서 마을은 겨울철 차가운 계절풍을 피할 수 있다.

마을이 해안과 접해 있어 마을 뒤편 사면에 서면 산방산·송악산·형제섬 등 서귀포 서남부의 해안 절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한눈에 풍수지리의 상징인 ‘배산임수’의 조건을 갖춘 마을이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약 15년 전까지만 해도 대평리는 200 가구가 모여 사는 조그만 마을이었다. 그런데 마을의 절경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리고 마을에 주택이나 펜션을 짓고 이주하는 주민들이 하나 둘 생겨났다. 그렇게 해서 10여 년 동안 마을에 100여 가구가 늘었다.

그런데 새롭게 마을로 이주한 주민들이 토착민들과 쉽게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토착민들은 마을에 갑자기 사람이 늘어 불편했다. 이전에 없던 주차문제도 발생했고, 쓰레기도 늘었다. 이우택 이장은 “새롭게 마을로 들어온 이주민들 가운데 마을 운영비도 내고 마을 일에 참여하는 가구는 10가구 미만”이라고 했다.

한국자산신탁이 연립주택을 건축하는 공사현장.

그런데 마을에는 최근에 더 놀랄만한 일이 생겼다. 마을 안에 연립주택을 조성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산신탁(주)(대표 임규철)가 마을회관 북쪽 가까운 곳에 지상 4층에 연면적 5062㎡규모로 연립주택과 부대시설을 짓고 있다. 공사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연립주택은 48세대 규모로, 완공 후 분양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사를 발주한 한국자산신탁(주)는 부동산 신탁 전문회사로, 고객이 맡긴 부동산을 관리·개발해 수익을 내는 회사다. <에너지경제>는 20일에 기사로 “한국자산신탁(주)는 올해 1분기 영업수익 486억 원, 영업이익 369억 원, 당기순이익 273억 원을 기록했다”며 인적 네트워크와 자본력을 갖춰 업계 경쟁력이 큰 회사로 분류했다.

연립주택이 완공되면 마을에 가구 수가 또 한 번 크게 늘어날 상황. 그런데 이 과정도 못마땅하다.

이우택 대평리장에 따르면, 지난 4월에 마을 체육대회가 열린 날, 공사관계자가 마을 주민(오래 전 이장을 지낸 주민이다)을 대동해 운동장에 찾아왔다. 그리고 “마을에 건축을 할 예정”이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이 이장과 주민들은 그래도 공사 전에 주택을 건설할 것이라고 양해를 구하는 태도를 고맙게만 여겼다. 마을에 공동주택이 들어서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수십 세대 규모의 연립주택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한 것.

그런데 이후 현장에 펜스를 설치하고 허가표지를 부착한 것을 보고서야 공사 규모를 짐작했다. 주민들이 부랴부랴 시청을 찾아가 사실을 확인하고서야 육지 자본이 분양 목적으로 집합건물을 건축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고진영 대평리 새마을지도자는 “우리 마을은 원래 200가구가 살던 작은 마을이었다. 갑자기 100가구가 늘어난 것도 불안한데 다시 48가구가 늘어나면 마을 상수도나 오수관 등이 감당해낼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들리는 말로는 48세대가 분양이 되고나면 추가로 48세대를 건축한다고 하는데, 그럼 현재 가구 수의 30% 규모가 갑자기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우택 이장은 “그런 인프라도 걱정이지만 이주민들과 토착민들이 서로 배려하면서 살 것 같지가 않다. 갑자기 유입인구가 늘어나면 마을 주민들이 불편해지는 문제도 있고, 공동체에도 금이 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 4월에 관계자가 다녀간 후 연립주택 건축과 관련해서 시행사는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건축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다.

한국자산신탁(주) 담당자는 <서귀포신문>과의 통화에서 건축 규모에 대해 “사업이 잘 돼서 48세대 분양이 완료되면 추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토지 위탁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과 대화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건설회사가 있고, 부동산 위탁자나 수익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대화에 나서게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주민들이 마을 주변에 건축한 주택들이다. 갑작스런 인구 유입으로 주민들은 불편하다.

한편, 서귀포시청 관계자는 마을이 지적한 문제들에 대해 “상수도 문제는 안덕면에서, 오수관 문제는 상하수도본부 서귀포사업소에서 면밀히 검토한 후 문제가 없을 것이란 회신이 와서 허가를 내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건축 전에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를 통해 주민동의를 얻는 경우가 있는데 공동주택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시청이 마을에 들어서는 연립주택에 대해 집행할 수 있는 행정력이 현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우택 대평리장은 “주민들은 그래도 시행사가 마을 주민들을 만나 양해라도 구하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며 “여전히 주민들의 불만을 모른 체 하는 태도가 못마땅해도 참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