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약자원 보존과 활용 위한 다부처 워크숍 23일 열려

토론회에 참석한 사람들.
손여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원장이 환영사를 전하는 모습.
토론회를 지원한 위성곤 의원.
송상열 원장이 제주 천연자원을 이용해 한의약 산업을 일으켜야한다고 주장하는 장면.

‘국가생약자원 보존·활용을 위한 다부처 위크숍’이 23일 오후 2시 서귀포시 상효동 소재 제주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회의실에서 열렸다.

나고야 의정서(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의 약칭)가 발효되고 국내법이 제정되어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수입 생물자원에 대한 로얄티 지급으로 막대한 외화가 해외로 유출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산림청, 식약처, 농림부, 환경부 등의 관계자들이 지혜를 모아보자고 마련한 자리다. 식품의약품안정평가원이 주관하고 위성곤 국회의원실이 후원했다.

손여원 식품의약안전평가원 원장은 환영사에서 “우리나라 중국에서 수입하는 생약자원의 의존도가 50% 수준”이라고 말한 뒤 “식약처는 나고야의정서 발효를 대비해 상효동에 4만8000평 규모의 제주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 첫 삽을 떴고, 2020년까지 240억 투입해 완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성곤 의원은 축사에서 “제주도 아열대에서 고산식물에까지 다양한 생약자원이 분포하고 특히 방풍림으로 재배되는 까마귀쪽나무 열매추출물이 골관절염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건강보조식품이 개발되고 있다”고 언급한 뒤, “이런 생약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자원 잘 보존하고 산·학·연·관이 서로 연계해야 연구가 실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 의원은 “나고야의정서 발효와 더불어 관련 사업 종사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상태에서 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가 업체들을 지원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해 자원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원석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고야 의정서 대응현황 및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자연서식처에서 보유하고 있으면 원산지국 자격이 있는데 자연서식지가 아닌 온실재배 등은 원산지 자격에 해당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80년대 우리나라가 문익점 프로젝트로 동남아 생물자원을 무더기로 도입한 적이 있는데 93년 이전 도입한 생물자원은 문제가 없지만 93년 12월 19일 이후부터는 생물주권 개념이 발생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나고야의정서는 지난 2010년 10월 채택돼 2014년 10월 우리나라 평창에서 비준·발효된 이래 금년 6월 15일 현재 100개국이 가입한 상태며, 중국도 지난 해 6월 비준했다. 우리나라도 금년 5월19일에 비준해 오는 8월17일에 효력을 발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나고야의정서가 규정하는 이익공유의 법위는 유전자원의 이용뿐만 아니라 후속적 응용 및 상업화에 따른 이익까지 포함하며,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주체는 원산지국 혹은 생물자원 제공국이 법률로 규정한 주체가 된다”고 설명했다.

강일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연구관이 ‘제주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 조성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강 연구관은 “중국은 자국의 생물자원에 대해 매우 엄격한 보호대책을 마련했다. 로얄티 10%에 위반 시 가중처벌 및 민·형사 처벌 까지 제도화한 상태라, 국내 제약· 화장품 업계가 중국 생약의 유전자원을 수입하면서 매년 5천억 원에 가까운 추가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국가생약자원정보 총골DB 구축 ▲산업계의 실질적 생약 수요 파악과 지원책 마련 ▲국내유관기관 네트워크 구축 ▲제주 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 조성 등을 제시했다.

김만조 산침청 산림약용자원연구소 소장이 ‘산림약용자원의 산업화 활용’에 대해 설명했다. 김 소장은 2015년 기준 세계 바이오산업 시장규모가 3392억 달러이며 국내 시장규모는 8조4600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국내 산림자원은 2104종에 이르며 그 가운데 약용이 1253종”이라고 말했다.

김소장은 “나고야 의정서 발효로 국내 바이오산업에 경제적 손실이 클 것을 예상되기 때문에, 재배가 용이하고 자원화 잠재력이 큰 작물, 그 중에서도 시장성과 시급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작물을 발굴해서 육성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희 박사(전 SK바이오랜드)이 ‘생약자원의 화장품 분야 활용전망을 발표했다. 김 박사는 “최근 웰빙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천연화장품에 대한 이미지 선호가 높아 천연 생약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 규모가 612조원으로 반도체 시장의 1.74배에 이르는 블루오션인데, 그 중에서도 중국·인도·중동 국가 등으로 글로벌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약자원의 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현재 화장품 천연 재료의 60%이상을 수입하고 있어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될 경우 화장품 업계는 막대한 추가비용을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생약자원의 발굴 및 관련 산업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제주테크노파크 산하 제주한의약연구원 송상열 원장이 ‘제주 한의약산업의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송 원장은 “한의학이 자연친화적이고 예방의학적 성격이 강한데다 항노화 성향이 있어 최근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선호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과거 “문헌에 제주는 장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기록됐고 실제로 지금도 장수인구 비중이 전국 평균에 비해 월등히 높다. 조선시대 반하, 석결명, 해동피, 치자, 진피 등 제주에서 진상하던 특산약재가 40여 가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 감귤농가의 수입이 20년간 정체된 점을 감안해 농가소득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제주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와 견계해 생약자원을 발굴하고 산업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발표가 3시간 넘게 이어진 후에도 참가자들은 꾸준히 자리를 지켰다. 생약자원관리센터의 역할과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된 이후에 각 부처별 역할 분담에 대해 결정해야할 사안들이 많았던 만큼 토론자들은 비행기 탑승 시간을 연장해가며 추가토론을 이어갔다.

식약처 관계자들은 현재 각 부처별로 관리하는 자료를 한 곳에 모으거나 그게 되지 않으면 자료들을 찾을 수 있도록 길라잡이 매뉴얼이라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을 끝까지 지켜보던 위성곤 위원은 “오늘 처음으로 나고야 의정서와 관련해 여러부처 관계자들이 모여 토론을 한 만큼 이후에도 좋은 방안을 만들기 위해 토론 자리를 다시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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