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욱의 생생농업 활력농촌-8

오스트리아 농가 민박을 찾은 2016 대산농촌재단 유럽농업연수단.

지난 6월 30일, 천안 계성원에서 대산 신용호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가 있었다. 신용호 선생은 우리나라가 전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성장할 동력은 인재양성과 민족자본 밖에 없다며 교육보험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고 광화문 네거리 금싸라기 땅에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을 내었다. 1992년에는 농민과 농업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대산농촌재단을 설립했다. 대산농촌재단은 ‘농업인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대산농촌문화상을 시상하고,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농업인의 교류 및 학습을 장려했다. 또한, 농민들의 농업연구를 지원하는 한편,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장학생을 선발했다.

나는 2016년 대산농촌재단의 유럽농업연수를 통해 대산인이 되었고 우리 농업·농촌을 위해 애쓰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 연수단 중에는 2015년 대산농촌문화상을 수상한 ‘박사 농부’ 이동현 미실란 대표, 대산장학생 출신이자 충남연구원에서 농촌·농업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이화림 회고록’ 저자 박경철 박사, 10년간 지은 구절초 농사로 농업연구를 진행한 함해국, 유은미 대표 등 농업·농촌의 롤모델로 삼을 만한 분들이 많이 있다.

제주에도 대산인들이 제법 되는데 나와 함께 연수를 갔었고 마을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사업 등을 고민하고 있는 이선희 가시리목장조합 사무국장, 다른 기수이긴 하지만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순자 귀한농부 이사, 양희전 물뫼힐링팜 대표가 있다.

내게 대산농촌재단과 해외연수프로그램을 소개해준 이는 정기석 마을연구소 소장으로 그는 ‘24인의 마을주의자’ 책 집필 차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던 중 서귀포의 무릉외갓집까지 방문했고 나를 인터뷰했다. 그는 내게 대산농촌재단의 리더인 ‘신수경’ 사업팀장을 알아두면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며 귀띔을 해주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것이 내가 대산연수를 가기 전에 이동현 미실란 대표와 직원들이 제주 워크숍 차 무릉외갓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우린 초면이었는데도 워낙에 질문을 많이 하고 성심껏 답변을 드리다보니 서로를 기억하게 되었다. 당시에 나는 마을에서 일한지 5년이 넘어가던 시기라 무릉외갓집을 퇴사하고 육지 농촌으로 견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그 중엔 미실란도 꼭 방문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동현 대표를 유럽농업연수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연수단에는 대표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농업·농촌을 묵묵히 지키는 실무자들도 많이 참여했다. 한태영 실장은 전북 ‘주식회사 진안마을’의 경영실장으로 재직하며 진안이 마을 만들기의 모범으로 불리기까지 오랫동안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박은주 선생은 IT 분야에서 일하다 경북 상주로 귀농한지 4년차로, 전국여성농민회의 농산물 꾸러미 브랜드 ‘언니네텃밭’의 봉강공동체에 소속되어 농산물을 내고 꾸러미를 운영하고 있다. 손이 많이 가고 수익을 내기가 어렵지만 한 명 한 명의 마음이 모여서 농업·농촌을 지키는 일이 바로 이 ‘꾸러미’ 사업이다.

이번 10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신수경 팀장이 우리 연수단에게 농農이 무엇인지 영상으로 이야기 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박경철 박사의 딸 민주는 “농부들이 힘들게 일하는 것”이라 답했고 유은미 대표는 아이들과 함께 퍼포먼스까지 펼치며 “생명의 축제”라고 답했다. 이선희 국장의 어머니는 우영팟에서 쪽파를 손질하며 “농이 별거라게. 열심히 그저 땀 흘리며 일하는 거쥬. 흙이랑 똑같아서 영원히 없어지지 않해여. 우린 그저 그것을 믿고 사는 거”라는 말을 남겼다. 40년간 창원에서 단감농사를 지은 내 어머니의 말씀이 기억난다. “힘든 농사 짓느라 근근이 살아왔지만 우리 가족을 이만큼 먹여 살린 것이 농사다 아이가.”

1박 2일의 기념행사 동안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대산 선생을 회고한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의 이야기가 가슴에 남았다. “농촌이 없는 도시, 농업이 없는 나라, 농민이 없는 국가가 어디 있겠는가. 농업, 농촌, 농민이 이 나라의 뿌리이다”

글·홍창욱 / 무릉외갓집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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