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중의 문화엿보기<28>

분유광고가 금지된 나라필자가 우리 아이의 탯줄을 자르고 나서 산파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엄마의 젖을 먹이는 일이였다. 산파는 우리 부부에게 초유가 신생아의 면역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고 가능한 빨리 젖을 줄수록 엄마는 젖이 잘나올뿐더러 자궁수축까지 촉진시키는 작용도 한다며 약 한시간 동안 초유를 먹이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아내와 아기가 5일 동안 병원에 있는 동안에 담당 산파는 젖을 주는 일을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면서 항상 옆에서 젖먹이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아기는 젖을 잘먹고 있는지 관찰하면서 먹는 시간과 양을 상세히 기록을 했다. 분유를 먹이고 싶은 부모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산파는 병원에서는 절대로 분유먹이는 일을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분유로 대치하고 싶은 경우에는 본인들이 직접 모든 것을 준비해야하고 자기네들은 어떠한 정보나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했다. 한국 모 분유회사에서 발행된 책자에 보면 모유는 약 한달 정도 먹이는 것이 좋다고 나와 있는 것과는 다르게 이곳의 병원이나 모든 출산과 육아에 관한 책자를 보면 분유에 대한 언급을 찾아보기가 힘들고 절대적으로 모유를 권장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분유광고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고 슈퍼마켓에 가도 분유를 찾기는 그리 쉽지가 않다. 솔직히 필자는 미국이나 여기 뉴질랜드에서 한번도 분유를 본적이 없고 분유를 주는 엄마도 만나 본적이 없다. 우리부부가 사는 동네에도 신생아를 가진 집이 몇 군데 있는데 다들 여기 주민들이 했듯이 12개월에서 18개월 동안 모유를 줄려고 하고 있다. 다행히 여기는 시내에 가도 한국과 달리 백화점이나 공공 화장실에 부모방이 마련돼 있어 모유를 주고 기저귀를 갈 수 있도록 시설이 돼있어 편리하다. 반면에 우리 나라의 경우는 분유가 마치 모유와 흡사하고 어떤 경우는 더 나은 것처럼 묘사하는 광고를 무절제하게 방영할 뿐만 아니라 분유먹이는 것이 보편화 돼있으니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모유를 주고 싶은 부모들도 많겠지만 공공 시설도 받쳐주지 못하는 것도 많은 엄마들이 분유로 돌리는 이유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때 한 방송국에서 제왕절개 수술과 자연분만에 대해서 방영한 후에 많은 사람들이 자연분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하게된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되는데 이제 우리도 모유와 분유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고 자연섭리에 맞게 모유를 주고 공공시설도 이것에 맞게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제257호(2001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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