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하승수 대표

지난 6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정치개혁특위 구성안이 통과됐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개헌특위만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제는 개헌특위와 함께 정치개혁특위가 운영되게 된 것이다.

정치개혁특위에서 다룰 1순위 과제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관한 것이다. 2015년 2월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쉽게 말하면 ‘민심그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각 정당이 받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인 것이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에, 사표가 줄어든다. 1등이 아닌 2등, 3등, 4등을 한 정당도 받은 표에 따라서 의석을 배분받는다. 승자독식이 아니고, 가장 공정한 선거제도이다. 

대한민국에도 ‘비례대표’라는 말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비례대표제는 사이비 비례대표제에 불과하다. 300명 국회의원 중에 253명은 지역구에서 1등한 사람이 당선되고, 겨우 47명만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하기 때문에 비례대표제의 도입효과가 거의 없다.

그래서 한국의 선거결과는 민심왜곡이다. 역대 국회의원 선거결과를 보면 특정 정당이 30%후반에서 40% 초반의 득표율로도 과반수이상의 국회의석을 차지한 적이 많았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지방의회 선거는 특정 정당이 50%대의 득표율로도 9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선거제도이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덜 심각하지만, 2014년 지방선거에서 울산, 경남 등지에서는 50%대의 득표율로 90%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2006년 지방선거 때에는 서울, 경기, 인천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민심왜곡 현상을 막아야만 국회와 지방의회 구성이 공정하게 될 수 있다. 유권자들이 던진 표가 대량으로 사표가 되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그래서 선거제도 개혁을 올해 내로 반드시 이뤄내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선거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혁하고, 지방의회 선거제도도 바꿔야 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선거의 경우에도 지금처럼 지역구로 29명을 뽑고, ‘따로국밥’ 형식으로 7명의 비례대표를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전체 도의회 의석을 각 정당의 지지율대로 배분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논의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를 하면서도 전체 의석을 정당지지율대로 배분하는 독일 방식이다. 예를 들어 300명의 의석이 있을 때, A당이 20%의 정당지지를 받았으면 A당에게 60석을 할당하고, A당은 할당받은 의석 내에서 지역구 당선자부터 먼저 채우고 모자라는 의석은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A당이 지역구에서 40명의 당선자를 냈다면, 60석에서 40석을 뺀 20석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다. 도의회 선거도 동일한 방식으로 하면 된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정당의 공천방식을 개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비례대표 공천의 경우에는 밀실공천 논란이 반복되어 왔다.

독일의 경우에는 연방선거법에서 ‘정당의 후보자는 당원들의 비밀투표로 선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후보등록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정당의 민주적인 공천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방식을 통해서라도 정당공천의 민주성을 보장해야 한다.

물론 기존에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나 국회의원들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라는 헌법기관이 권고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안철수, 심상정 후보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정책을 중심으로 토론하고 경쟁하는 국회·지방의회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독일,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스위스, 벨기에 등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통해 높은 삶의 질을 누리는 나라를 만들어 왔다. 이제는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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