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낡은 일기장의 1987년 페이지를 열어 30년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

 

시민들의 모금으로 세워지게 된 최초의 시립미술관, 그 30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시간

6월 28일부터 10월 29일까지 기당미술관 개관 30주년 <원조30년 : 최초의 시립미술관 찾기> 아카이브전 열려

1987년 7월 1일, 산매봉 기슭 기당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17년 7월 1일, 기당미술관 설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난 30년을 돌아보며 초심을 다지고 새롭게 나아가고자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7월 1일, 기당미술관 앞마당에서 기당미술관 개관 30주년 <원조30년: 최초의 시립미술관 찾기> 아카이브전의 기념식이 열렸다.

7월 1일 기당미술관 30주년을 맞아 열린 <원조30년 : 최초의 시립미술관 찾기> 아카이브전의 오프닝 행사

기당미술관 설립 당시의 일화를 알고 있는 오광협 전서귀포시장은 “30년 만에 이 자리에 서게 될 줄은 몰랐다.”며 이날 축사에서 그 당시를 회고하며 생생한 이야기를 전했다. “1984년도에는 서귀포에 도서관도 없고, 아파트도 없던 시절이었다. 먼저 삼매봉 도서관을 짓게 되었고, 당시 삼매봉도서관 건립을 이끌었던 서귀포시도서관건립위원회가 도쿄와 오사카에 거주하는 교민 성금에 서귀포 시민들의 십시일반 정성을 더해 도서관 옆에 미술관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변시지 화백과 강구범 선생의 인연으로 미술관 건립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됐고, 강구범 선생의 자금 지원을 통해 미술관이 세워지게 된 사연이다. 최초의 시립미술관인 기당미술관은 그렇게 시민들의 마음이 십시일반 모여 지어진 미술관이다.”고 그 당시를 회고했다.

6월 28일부터 10월 29일까지 열리는 기당미술관 개관30주년 기념 아카이브전 ‘원조30년: 최초의 시립미술관 찾기’에서는 최초의 시립미술관인 기당미술관의 역사를 보여 주고자 ‘아카이브’란 주제로 미술관 소장작품과 자료를 복고풍으로 구성 기획해 전시하고 있다.

‘아카이브’는 특정 장르에 속하는 정보를 모아두는 창고로, 기당미술관의 정보창고에는 기당 강구범 관련자료, ‘87년 개관식 전시작품, 건축, 행정, 교육, 소장품 관리자료 및 변시지 전 명예관장 유품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기당 강구범의 자료는 일제 강점기에 재일한국인으로서 성공한 기업가였던 기당선생이 고향 제주를 위해 기당미술관, 제주대학교 해양과학연구소, 기당법환복지회 등에 기증한 자료를 수집해 전시하고 있다.

기당미술관의 개관일인 1987년 7월 1일을 회고할 수 있게 개관식에 전시된 작품을 재구성해 현 기당미술관의 명예관장인 고영우 화백과 강용택, 김택화, 고영만, 고재만, 이학숙 등 30여명 작가의 작품과 당시 개관식과 관련된 사진, 개관식 진행 계획서 등의 자료도 전시되고 있다.

김홍식 건축가(명지대학교 교수 역임)가 설계한 기당미술관은 농촌의 '눌'을 형상화해 나선형의 동선으로 이루어진 전시실이 특징으로 미술관 건축의 가치를 공감할 수 있도록 건축 도면, 사진자료, 드론촬영 영상 등으로 구성했다.

1988년부터 10년 간 진행했던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 대상 수상작품과 대회 사진 및 미술관의 소장품을 수집하고 관리했던 자료와 전시 관련 도록, 포스터, 전시 기획 자료 등도 선보인다.

특히, 초대 명예관장을 역임했고 ‘폭풍의 화가’로 잘 알려진 제주의 대표화가 변시지 화백의 유품과 자료를 명예관장실의 모습으로 재현해 아카이브하고 있다.

현재, 기당미술관에는 소장품 661점과 기탁 39점이 등록 관리되고 있다.

2017년 위촉된 현 기당미술관 고영우 명예관장은 “한국 최초 설립된 30년 역사의 기당미술관이 그 역사적인 힘을 바탕으로 하여 더욱 자리 잡아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문화를 통해서 우리의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나아가겠다”며 다짐을 밝혔다.

문화의 불모지라 불리는 서귀포에서 시민들의 작은 마음들이 모여 세워진 최초의 시립미술관인 기당미술관. 지난 세월들의 안타까움은 묻어두고, 시립미술관으로서 앞으로 더욱 전진해 나가야 하는 당위성을 지닌다.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87년 기당미술관이 출발하면서도 10년 뒤에나 미술관으로 등록됐다. 행정적인 문제, 학예사의 부재 등 시립미술관으로서 자리를 잡아가지 못했던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이번 30주년을 기점으로 학예사의 역할을 키워나가고 행정적으로도 지원을 해서 앞으로 서귀포시민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할 예정이다”며 서귀포의 3개 시립미술관들의 통합적인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피력했다.

무엇보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 시민들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시민의 문화 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이 준비된 아트라운지에서는 지금 <원조30년 : 최초의 시립미술관 찾기> 아카이브전에 맞추어 전시 연계된 체험프로그램으로 미술관 퀴즈풀기, 어린이 그림일기 그리기, 추억의 놀이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기당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기당 강구범 선생의 숭고한 메세나 정신에 대해 공감하는 시간을 갖고, 기당미술관이 그 간에 공립미술관으로서 노력해왔던 부분과 부족했던 부분들을 되돌아보는 한편, 새로 조성된 아트라운지를 통해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즐겨 찾고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다 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 시설이 부족했던 1980년대의 서귀포. 시민들의 마음으로 시작되고 지역 사회를 위한 메세나 정신으로 기증되어 최초의 시립미술관으로 탄생된 기당미술관.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시민들의 옆에 존재해 왔음에 작은 안도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마음과 새로운 모습으로 진정한 시립미술관으로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응원한다.

문화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서귀포 시민들의 삶 가까이에서 기당미술관은 꼭 그 자리를 지키며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기당미술관의 숙명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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