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자 / 서귀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여름이다!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무더운 여름... 여름이 덥지만 싫지만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휴가가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은 방학이 있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이 기다려지는 것이 아닐까?학창시절을 돌아보면 방학을 앞둔 이맘때면 ‘방학에 보충수업을 받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보충수업을 한다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건 아니지만 안하면 왠지 혼자만 뒤처지는 것 같은 건 기분탓이었으리라.

방학이 기다려지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방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행복감이 있다. 하지만 이 행복한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가는 기회의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지나치는 여름 한 철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보충수업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활동과 체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에 ‘하계 청소년 토론아카데미 참가대상자로 확정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서귀포시 평생교육지원과에서 보낸 문자였다. 아마 이것저것 참여하기 좋아하는 딸아이가 신청한 모양이다. 며칠 전에는 2017 여름 KDI 청소년 경제교실에 신청했는데 선발됐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었는데 중 3인 딸은 공부보다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 모양이다.

평소 방학이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열심히 활동했었지만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마지막 방학이라 이번에는 공부를 좀 했으면 하는 게 부모로서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번 방학에도 어김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잔뜩 신청하고서는 일정표를 내밀었고, 당당하게 콘서트 예매를 요구하기도 했다. 나는 들어본 적도 없는 그룹의 티켓을 구하기 위해 난생처음 인터넷으로 표를 구입하는 경험을 했다. 콘서트를 제외하고 우리 아이가 크고 작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비용은 전부 무료다. 그렇다고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요즘은 방학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다. 유료도 있지만 무료이면서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 다양한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방학에 그동안 부진한 학업을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하기 힘들었던 활동이나 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체험이라고 해서 꼭 멀리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얼마든지 참여와 활동을 할 수 있다. 단, 본인이 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말이다.

우리 주변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청소년문화의집과 청소년수련관과 같은 청소년수련시설이 많이 있고 그 곳에는 청소년 전문가인 청소년지도사들이 청소년의 발달특성과 욕구에 맞는 청소년활동을 준비하고 청소년들을 기다리고 있다. 단순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서부터 스스로 활동을 만들어가는 체험의 기회까지 다양한 활동의 기회가 있다. 원하는 활동을 친구들과 같이 할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도 지원하고 있어 청소년기에 이뤄야 하는 다양한 발달특성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방학이다.
무더위에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땀을 흘리는 여름이 되었으면 한다. 청소년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부모님과 어른들은 조급하게 다그치치 말고 여유를 갖고 지켜봐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자라는 건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니까...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자녀에게 청소년수련시설을 소개하고 청소년활동을 제안하는 센스있는 부모님이 되어보면 어떨까? 여름방학을 건강하게 보낸 청소년이 자신의 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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