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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농민이 살아남는 법홍창욱의 생생농업 활력농촌-10
서귀포신문 | 승인 2017.08.03 13:00
   
 

며칠 전 서귀포 표선지역에 시간당 100mm의 폭우가 내렸다. 이날 제주 북부와 서부는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같은 제주도 지역인데 어떤 곳은 폭우가 내리고 어떤 곳은 폭염이 지속된다. 하필 이 폭염 속에 작업창고의 짐을 옮겼다. 지게차가 있어서 어렵지는 않았지만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밖에서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이상 기후는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날 창원 동읍에 계신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북면, 대산면은 비가 왔다고 하는데 동읍 사람 중에 독한 사람이 있는가 며칠 동안 비가 한 방울도 안 내린다”며 한숨을 쉬었다. 얼마 전까지 육지에 가뭄이 지속되어서 문제였는데 최근엔 몇몇 곳이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예보라도 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텐데 열대의 스콜을 닮은 기습폭우는 예측이 어렵다.

최근의 기상변화는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큰 의미의 기후변화와 예전에 없던 기상의 불안정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는 예측할 수 있는 변화로 작으나마 대응이 가능하다. 사과의 산지가 대구에서 점점 북부지방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 바로 기후변화 때문이다. 대구는 사과주산지에서 점차 다른 작물들의 산지로 바뀌었고 북부지방은 사과의 새로운 주산지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했다. 물론 이 과정에는 기후변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농산물의 가격과 소비지와의 거리, 수입농산물과의 관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제주는 최근에 열대과일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바나나 농가도 다시 늘어나고 있고 수입과일로만 생각되던 파파야, 파인애플 등이 큰 시설투자 없이 생산을 시작했다. 아직 고품질 과일을 생산하는 기술습득과 판매처 확보 등 가야할 길이 멀지만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개별 농민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반면 농산물의 ‘지역별 주산지’ 개념이 없어지다 보니 지자체별로 농산물이 과잉 생산되고 여기에 수입농산물까지 더해지다 보니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가 많다. 풍년이면 생산량이 많아, 흉년이면 가격을 조정하느라 대체 농산물이 수입되어 농민들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기후변화는 농민들의 건강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지구온난화를 동반하다 보니 여름철 폭염, 폭우 등 건강을 해치고 인명에 피해를 주는 요인이 많다. 폭염은 특히 고령층의 건강에 큰 피해를 입히는데 농촌은 홀로 사는 노인인구 비율이 높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도심지에 비해 열을 식힐 수 있는 자연 쉼터가 많은 편이지만 밖에서 일을 해야 하는 농민 직업의 특성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는 보건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후변화보다 더 대처가 어려운 것이 바로 기상의 불안정으로 인한 이상기후이다. 예측할 수 없이 비나 눈이 많이 내리거나 폭염이 지속되는 현상으로 전국에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몇 년 전 국토 최남단 도시인 서귀포에 폭설이 계속되어 한라봉 등 귤이 얼고 나무가 동사하는 일이 있었다. 겨울이면 서귀포시보다 위도 상 위에 있는 제주시도 일주도로 아래쪽은 도로가 어는 일이 없었다. 겨울철 온화한 기후인 서귀포에 며칠간 내린 폭설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나마 하우스에 가온장치를 갖춘 농가는 피해가 적었고 맨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큰 피해를 보았다. 이상기후가 특별한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향후에 어떻게 반복 심화될지 모르기에 농민들은 또 한 번 시설투자를 통해 대비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농가는 시설비에 돈을 더 투자하기 위해 빚을 져야 하고 신용이 없는 농민들은 더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다.

아직 한국은 기후변화, 특히 농업분야의 기후변화 대응이 부족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무릉외갓집을 방문했을 때 지역구 위성곤 국회의원은 난대식물 연구기관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여기에 덧붙여 고령 농민의 건강 유지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기술 대응, 소농에 대한 시설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기후변화 시대, 농민을 살리는 것이 곧 기후정의이다.

 

홍창욱 / 무릉외갓집 실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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