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흑돼지, 홍콩식품엑스포 진출해 세계인 입맛 사로잡는다

제주의 통시.

제주흑돼지는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제주도 농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집집마다 통시가 있고 통시에는 어김없이 검은 돼지가 있었다. 통시에서 키우는 돼지는 주로 암퇘지였다.

암퇘지는 주로 사람의 똥과 음식물 찌꺼기 등을 먹고 자랐다. 그래서 외지인들은 제주도 흑돼지를 '똥돼지'라 불렀다.

농부들은 통시 바닥에 억새나 띠풀을 깔았는데, 돼지는 인분과 음식물 찌꺼기를 먹고 통시에 똥을 누었다. 그리고 돈분과 억새풀은 섞여 긴요한 거름이 됐다. 비료가 귀하던 시절, 농민들은 돼지가 만든 거름에 기대어 농사를 지었다.

영양분이 부족한 화산회토에서 제주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건 돼지를 잘 활용한 덕분이다.

키우던 암퇘지가 새끼를 낳는 건 집안의 큰 경사였다. 암퇘지는 한 번에 10마리 정도 새끼를 낳았는데, 갓 태어난 새끼도 장에서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농민들은 돼지 새끼를 팔아 아이들 학비도 부담했고, 생필품도 구입했다.

흑돼지가 농촌에서 사라진 건 대략 80년대 중반 무렵이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주택개량사업 등을 펼치면서 통시가 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 80년대 들어서자 감귤산업이 제주에 정착하면서 그동안 돼지가 도맡았던 환금품목의 역할을 귤나무가 대신한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멸종의 길을 걷던 흑돼지가 새롭게 조명됐다. 식감이 좋고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는 게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다행히 제주축산진흥원이 제주에 남아있던 흑돼지를 교배해 종 보전에 성공했다. 이제 제주흑돼지는 천연기념물 550호로 지정됐다. 이젠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필수로 맛보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흑돼지의 명성이 국내를 넘어 이젠 세계로 뻗어나갈 처지다.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열리는 홍콩국제식품박람회(Hong Kong Food Expo 2017)를 계기로 수출 확대의 길을 찾기로 한 것.

농촌진흥청(라승용)은 제주산 흑돼지 고기의 홍콩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산업체와 학계, 관계 기관과 함께 엑스포에서 협업 홍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농촌진흥청 난지축산연구소와 제주돈육수출센터, 제주대학교가 엑스포 현장에 인력을 파견해 제주흑돼지생산자회의 홍콩 수출을 돕기로 했다. 제주흑돼지생산자회는 2015년부터 홍콩 현지에 한 해 1톤 물량의 냉장육을 수출하고 있다.

제주의 음식점에서 팔리는 흑돼지 구이. 흑돼지는 관광객들이 필수로 맛보는 인기 음식으로 자라 잡았다. 홍콩음식엑스포에 진출하면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지도 관심이다.

홍콩 국제 식품 박람회(Hong Kong Food Expo 2017)는 아시아 최대의 식품 박람회 중 하나로 올해 28회째를 맞는다. 홍콩 무역 발전국 주최로 오는 17~ 19일 3일 동안 홍콩 종합전시장에서 열린다.

국내에서는 제빵·음료·가공식품·유제품·건강식품·과일·채소·육류·해산물·인스턴트식품 등 식품과 식품 관련 서비스 업종이 참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6개국에서 1400여 기업이 참가했다. 전문바이어 2만1000여명과 관람객 49만여 명이 전시장을 방문했다.

제주흑돼지가 엑스포에 진출하면서 다양한 소비자와 바이어(구매자)에게 진가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보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제주산 흑돼지 고기의 △청정한 생산 환경 △고기 부위별 규격 △육질의 우수성을 담은 '안내서'를 제작했다. 안내서에는 제주도산을 인증하는 마크와 도체분할도, 주요 수출 부위(삼겹살, 목심, 항정살, 갈매기살) 등 9개 부위의 특징, 부위별 추천 요리법 등을 실었다.

난지축산연구소에서는 자체 개발한 흑돼지 '난축맛돈'의 삼겹살, 목심, 항정살, 갈매기살(주요 수출 4개 부위)을, 제주흑돼지생산자회와 제주돈육수출센터는 '제주흑돼지'의 삼겹살, 목심 부위와 가공제품들을 소개한다.

자칫 멸종될 뻔했던 흑돼지가 제주도를 세계에 알리고, 제주 양돈 농가를 풍요롭게 할 효자 가축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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