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터뷰]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눈, 다큐멘터리>(들녘) 저자 김희철 영화감독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눈, 다큐멘터리>(들녘) 저자 김희철 감독.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눈, 다큐멘터리>(들녘) 저자 김희철 감독, 1975년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바람대로 육군사관학교에 입학은 했다. 하지만 도저히 군대 체질이 아니었는지, 도중에 큰마음 먹고 학교를 자퇴했다. 다시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입학해 독일어를 전공한 후, 다큐멘터리에 ‘꽂혀’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과정에서 다큐제작을 전공했다.

2001년 이후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여러 차례 다큐 영화도 제작했다. 최근에는 제주로 이주해서 결혼도 했고, 영화 제작도 하고 있다. 돈이 안 되는 곳에 열정을 쏟다보니 생활은 늘 빠듯하다. 틈나는 대로 학생들을 위해 강의도 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일도 하고 있다.

그가 작업실 겸 책방으로 사용하는 사무실에서 책의 내용과 다큐영화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영화에 언제 푹 빠졌나?

“사관학교 다닐 때 일주일에 한 번씩 개봉영화를 틀어줬다. 큰 스크린으로 신작 영화를 보는 특권을 누렸는데, 이때 영화를 좋아하게 됐다. 사관학교를 다니며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은 사관학교가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학교는 중퇴했다.”

-특별히 다큐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사관학교 졸업하고 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입학했는데, 다큐를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제가 열리게 돼 그 때 다큐영화를 알았다.

-책에 소개된 대로 첫 번째 작품이 ‘나의 아버지'다. 아버지를 다큐 소재로 삼으신 이유가?

“아버지는 6.25때 남하한 실향민이시다. 철공소를 운영하셨는데 항상 무뚝뚝하고 손님들에게 불친절했다. 가족들에게도 다정하지 못했고. 그런 아버지를 잘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2001년에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다큐 제작을 시도했는데 아버지가 촬영을 좋아하시지 않으셨다. 작품이 잘 안됐다. 아버지는 형님도 사관학교에 보내셨고 나도 사관학교를 졸업해서 우리가 군인 가족이 되기를 원하셨다. 사관학교를 그만뒀으니 많이 서운하실밖에.”

-김훈 중위 사건을 소재로 ‘진실의 문’이라는 다큐를 제작했다. 과정이 궁금했다.

“김훈 중위 사건은 내가 군대에 있던 1998년에 일어났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여러 차례 소개될 정도로 큰 사건이다. 김훈 중위의 아버지를 찾아가 자료를 요청했다. 재판에 관여한 변호사, 국회의원 보좌관, 기자, 시민단체 활동가, 동료 병사 등을 차례로 인터뷰했다. 그리고 재판 과정을 소개하는 짤막한 사진에 담아 다큐를 만들었다. 거기에 법의학토론회 자료를 구해 이것을 화면에 담아 총 105분 분량의 작품을 만들었다.

시의성이 큰 작품이라 평도 좋아, 2004년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상과 2005년 전주영화제 관객평론가상 등을 수상했다. 그런데 개봉 직전, 인터뷰에 출연했던 소대원 병사가 초상권을 주장하며 개봉을 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결국 개봉이 무산됐다.”

책의 표지.

- 제주에 내려온 후 영화 ‘이중섭의 눈’을 제작했다. 영화가 조금 독특하다고 들었다.

“발굴된 흑백영화 ‘청춘의 십자가’를 제주에서 상영할 때, 영화관에서 봤다. 조희봉이라는 변사의 활약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렇게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 작곡가 방승철씨를 섭외해 주인공을 맡겼다. 방승철이란 분이 이중섭 역할도 맡고 변사역할도 한다.

영화 중간에 이중섭 화백이 노래 부르는 장면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방승철이 무대에 등장해 기타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는 형식인데, 프레임 속의 주인공이 밖으로 나와 노래를 하기 때문에 현장감이 있다.”

-여러 가지 실험적 요소가 있는데, 반응이 어땠나?

“전주에서 영화제가 열려서 소규모로 상영했는데, 관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변사 역할 때문에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했다. 또 제주영상위원회에서 제주메가박스를 빌려 상영했는데,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다. 10월에 이중섭예술제가 열리는데 영화제 주최 측에서 요청이 와서 10월 14일에 서귀포관광극장에서 소규모 상영하기로 했다.”

- 몇 년 전에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를 소재로 ‘파울볼’이라는 다큐영화가 제작됐다. 보고 싶었는데 제주에서 개봉이 안돼서 케이블TV로 유료 시청했다. 서울에서는 다큐영화를 볼 기회가 제주보다 많은가?

“서울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10명, 20명 모여서 모금을 하고 영화 상영을 요청하는 소규모 상영이 늘어야한다. 다큐영화에 대한 제작 지원 못지않게 상영 기회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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