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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의 생생농업 활력농촌-13]마을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서귀포신문 | 승인 2017.09.14 09:24

마을이 사라지고 있다. 쇠락하다 못해 곧 사라질 마을들이 부지기수다. 작은 텃밭을 일구며 농촌마을을 지키는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실 때 마을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고 한번 사라진 마을을 복구하는 비용은 유지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많이 들 것이다. 마을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물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서로 부대끼며 온기를 느끼는 정서적 공간이기도 하다.

내가 태어난 마을은 창원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농촌마을로 단감의 주산지였다. 단감이 나오기 전에는 대부분 벼농사를 지었던 곳으로 창원시에 통합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내버스가 들어왔고 상수도가 들어왔으며 나중에는 외지에서 사람들이 들어왔다. 물론 그 만큼 빠져나가거나 돌아가신 분들도 많았는데 나 또한 마을을 빠져나온 사람 중 하나다. 마을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백월산 자락이 이어진 뒷산과 수리 안으로 불리는 들녘으로 눈을 감아도 그려볼 수 있는 농촌경관이다. 경관은 자연과 사람들이 만든 축조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미적, 생태적 가치를 뽐낸다. 밭담도, 논두렁도 모두 뛰어난 농업 유산이자 경관이다.

지금은 마을의 논두렁도, 국민학교도 사라졌지만 눈이 뽀얗게 쌓인 논두렁길을 걸으며 학교를 가던 때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렇듯 경관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정서적으로 안정시킨다. 장마비가 올 때면 미꾸라지를 잡기도 하고 가끔 강가에서 멱을 감았다. 뒷산에 올라 소나무로 우리들만의 아지트를 만들기도 했고 나무에 올라 앵두며 자두며 과일들을 따먹느라 해 넘어 가는 줄 몰랐다. 겨울철엔 썰매를 만들어서 얼음이 꽁꽁 언 논바닥에서 코가 빨개지도록 놀았다. 이렇듯 마을엔 놀 거리가 사시사철 있었고 함께 놀 친구들도 많아서 방과후 프로그램이 필요 없었다.

명절 등 특별한 날에는 아이들끼리 빈집에 모여 노래자랑을 했고 대보름에는 달집을 태웠다. 매년 한두 번씩 마을 어른들이 돼지를 잡을 때면 색다른 고기를 먹는 맛에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그때 그 아이들이 커서 타지로 나가자 빈 집은 하나둘 무너졌고 그 집의 앵두나무는 베어졌으며 노래자랑도 달집태우기도 조금씩 사라져갔다.

이제 소나무로 아지트를 만들만큼 한가로운 아이들도 없어졌고 힘들여 얼음썰매를 만들어주는 아버지도 없어졌다. 돈 이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이기에 ‘편리’해졌으며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마을은 이제 마음에서도 멀어졌고 공간조차도 점점 해체되고 있다.

마을은 점점 사라지는데 반대급부로 마을만들기가 전국적으로 성행하고 있다. 없던 마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활력을 잃은 마을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마을만들기다. 토목이나 건축을 통해 ‘으리으리한 공간’을 만들거나 귀농귀촌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빵빵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삶의 근거지인 농촌과 농업을 자랑스러워하는 농부가 있어야 하고 그들이 가꾼 경관과 마을을 닮아가려는 이주민이 있어야 하며, 이들을 함께 이어줄 문화가 있어야 한다. 전승되던 문화는 점차 쇠락해 버렸기에 무엇이든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일까를 의논하는 것이 바로 공동체이며 또 마을이다. 즉, 마을만들기는 소통하고 의논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단작화, 농업기계화는 생산 분야에서의 마을 네트워크를 끊어 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협력해 농사지으려 하지 않는다. 그 사이를 자본과 이기심이 파고들었다. 다른 분야는 어떨까? 육아와 경관 가꾸기는 아직 희망이 있다. 아이를 키우려면 하나의 마을이 필요한데 몇 가구라도 아이가 있다면 마을은 변할 수 있다. 경관 가꾸기는 우리의 일이고 돈으로 금방 환산할 수 없는 일이기에 마을만들기의 시작으로 괜찮을 듯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아름다운 꽃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면 마을인들 못 지킬까?

홍창욱 / 무릉외갓집 실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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