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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窓]북핵 문제의 수사학백금숙 / 독문학 박사, 제주대 교수
서귀포신문 | 승인 2017.09.14 15:15

 과거에는 북핵문제가 정치권에서나 다루어지는 문제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단발성으로 빠르게 관심 목록에서 사라져 버린, 아니 별로 크게 관심 없어 보이는 주제였다. 혹자는 그런 문제에 면역이 돼서 별로 특별하지 않다고도 한다. 그러나 요즘 북핵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특히 해외로 나가 보면 북핵 문제가 국내에서보다 훨씬 더 심각함을 느낄 수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하면 자동적으로 꼬리표처럼 따라 오는 것이 북핵 문제인 까닭이다.  

 북핵 문제를 표현하는 방식은 무척 자극적이고 다양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화염과 분노' 등의 강경 발언으로 북한을 위협하면서 분열과 혼란만 가중시켰다. 미국은 그 누구보다도 대북정책에서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음에도 거칠고 부적절한 수사학으로 북한에 선물만 안겨 준 셈이 되었다.

 독일 주간지 Zeit Online은 9월 6일자 북핵 문제 관련 기사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의 고의적 자극 외에도 ‘중국 정부의 게으름’이 한 몫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또한 김정은이 ‘죽음에 대한 은밀한 갈망’을 가지고 전 세계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구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은 자못 심각하다. 북한의 핵무기 발사실험 감행이 단순한 도발행위가 아니라 ‘죽음에의 갈망’을 갖고 있는 한 망상, 혹은 편집증 환자의 파괴적 게임이 될 수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하는 동안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 등의 국가 원수들과 Brics회담을 하고 있었고, 이러한 핵무기 실험은 중국 접경 도시에서도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북한은 치명적인 무기를 과시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시진핑 중국 주석을 겨냥했던 것은 아닐까? 중국은 언제든 평양의 운명이 달려 있는 밧줄을 잘라 버릴 수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웃한 북한의 핵무기 실험이 빚어내는 소란을 자국 도시 안에서 듣고도 중국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와는 무척이나 대조적이다. 이 여유로움이 빚어내는 중국의 수수방관, 혹은 무관심과 침묵을 가장한 계산은 뭘 원하는 걸까?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온갖 굉음을 울려 대며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만은 침묵의 수사학을 택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해 암시하는 바가 크다.

 스톡홀름 평화연구소는 북한 핵무기 실험발사에서 단 한 번의 사고나 실수도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 영토에 미사일이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동북아지역이 현재 군사적으로 동요할 수 있는 위험한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잠재해 있음을 경고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발언에 동요해 맞대응할 것이 아니라 긴장을 조금씩 경감시킬 수 있는 외교채널을 찾고 긴장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 위협 연극을 한다고 보는 것, 즉 북한의 도발행위를 하나의 연극으로 보는 것 그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신경전에 필요한 무기 수준을 능가하는 핵무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고 파악되고 있으며, 따라서 서구 언론들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 국내의 시선보다 훨씬 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북핵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1일, 유류공급 30%가량 차단,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 금지, 북한노동자 해외 신규고용 전면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새 대북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대북제재에 대한 효과는 중국의 입장에 달려 있다. 북한 대외무역의 주요국인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 금지 등의 제재 조항도 중국과 관련된 문제이다.

 중국은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미국, 중국, 한국의 상황에 따라 북한의 밀무역을 방조해 온 것이 사실이다. 서구 언론이 전한 ‘중국의 게으름’은 단순한 방조가 아니다. 동북아 정세를 철저히 자국의 관리 하에 두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방조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대한 발언을 조심스러워하고 이에 동참하지 않는 한 대북제제가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사태는 제재와 압력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안 되고, 긴장고조 행위를 피해야 한다.”는 완곡의 수사학으로 ‘원유 공급 중단’을 관철 시킬 수 없도록 했다. 그리고 결국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타협 끝에 ‘원유 공급 중단’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트럼프의 북한에 대한 강경발언은 북한을 포함한 주변국들에 긴장을 가져왔고 정작 강경한 태도를 취할 때가 돼서는 후퇴하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어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원유 공급 중단은 강경 대안임은 분명하지만 정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제재는 없다. 이 와중에서 한국 정부가 분명한 정책적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한·미 동맹을 이유로 미국 입장에 동의하고 마는 모습이 안타깝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또한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대북 협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분명한 정책적 입장이 필요한 시간이다.

서귀포신문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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