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있는 풍경] 권정생 선생의 시 '작은 코스모스 한 송이'

권정생 선생 가시고, 열 번 째 맞는 가을, 길가에 작은 코스모스가 피었다.

하느님

정말 힘들었어요

산비탈 바위틈

메마른 곳에서

가뭄에 목이 타고

배고프고

외로웠어요.

 

 

-아가야

코스모스 작은 꽃 아가야

장하구나

장하구나

 

권정생 선생이 어느 산자락 외진 바위틈에 피어있는 조그만 코스모스 한 송이를 보고 쓴 시 ‘작은 코스모스 한 송이’의 일부분이다.

작품 속 코스모스는 산비탈 바위틈 메마른 곳에서 가뭄에 목이타고 배고팠던 시절을 회고하며 하느님께 너무 힘이 들고 괴로웠다고 하소연한다. 어쩌면 척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 땅 민초들의 하소연이자, 일생을 안동의 시골 교회 한 칸 방에서 글 짓고 종 치며 살아왔던 권 선생의 고백일 것이다.

길가의 돌멩이 하나, 풀 한포기도 하느님의 섭리이자 대자연의 질서 속 고귀한 창조물이다. 힘든 역경을 뚫고 자신의 몫을 다한 가녀린 꽃에게 ‘아가야 장하구나’라고 칭찬하는 대목에서 작고 소외된 것들에 대한 시인의 각별한 관심과 사랑이 읽힌다.

바위틈 작은 코스모스 한 송이를 위해 15연의 긴 시를 지은 선생의 정성을 보며 “어린 아이를 영접한 것이 나를 영접한 것”이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권정생 선생 가신 지 벌써 10년 째 가을, 우리동네 길가에도 작은 코스모스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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