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2017>은 지난 9월 2일부터 12월 3일까지 제주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제주에서 열리는 첫 번째 비엔날레로 ‘투어리즘’을 주제로 열리며, 전시, 투어, 배움의 세 가지 영역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 중, 5코스로 진행되고 있는 전시 현장을 찾아 간다. △코스1 ‘제주도립미술관’ △코스2 ‘제주현대미술관 저지리 일원’ △코스3 ‘알뜨르비행장 일원’ △코스4 ‘서귀포시 원도심 이중섭거리’ △코스5 ‘제주시 원도심 예술공간이아’ 등에서 국내작가 총36팀/명 (도내 17명, 도외 19명), 프로젝트 10팀, 해외작가 24팀으로 총 70여 팀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코스 3 ‘알뜨르비행장’
제주비엔날레 전시 3코스인 서귀포 대정읍 상모리에 위치한 ‘알뜨르비행장’은 제주올레길 10코스이며, 제주4·3유적지 섯알오름이 있다. 천주교 순례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민들의 생활 터전인 드넓은 밭 경작지가 펼쳐진 곳이다.
일제강점기, 평화로운 농작지였던 땅에 군사기지가 들어섰다. 일본이 모슬포 주민을 동원해 조성한 군용 비행장 알뜨르비행장은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군사 전초기지로 활용됐다.
그 옆 섯알오름에는 민간인 학살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유적지가 있다. 예술가들은 군기지의 흔적인 격납고와 벙커가 남아 있는 아픔의 땅에 역사와 장소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업을 설치했다. 분산되어 설치된 14개의 작품은 농사와 예술이 함께 하는 알뜨르비행장의 역사적 교훈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알뜨르비행장의 남제주 비행기 격납고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들이 제주도민들을 강제 동원해 건설한 전투기 격납고이다. 당시 20기가 건설됐지만, 지금은 19기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1기는 잔재만 남아 있다. 이 유적은 제주도를 일본군의 출격 기지로 건설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지상 건축물로, 진지를 구축하려했던 인공 동굴은 많이 있으나, 다량의 지상 시설물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유일하다. 의미를 간직한 격납고와 알뜨르비행장 일대에는 IVAAIU, 구본주, 최평곤, 김해곤, 강문석, 강태환, 임경섭, 서성봉, 최고팀, 전종철, 옥정호, 하석홍+한재준 등 12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알뜨르비행장’을 효율적으로 관람하기 위해서는 안내소에 부착된 전시 관람 안내도를 반드시 확인하고 입장하는 것이 좋다. 넓은 공간에 분산된 14개의 작품 감상을 위해서는 도보로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무료 자전거 대여(10대)가 준비되어 있다. 가이드 투어는 1일 2회 진행되나, 4인 이상이면 상황에 따라 정해진 시간 외에 가이드 해설이 가능하다고 하니, 적극 활용하기를 추천한다. 가이드의 생생한 역사 설명과 함께 마주하게 되는 ‘알뜨르비행장’ 장소에 대한 이해는 전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양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알뜨르비행장은 해방 후 대한민국 국방부(공군)가 보유하고 있다. ‘2017제주비엔날레’의 개막식이 열린 지난 9월 1일, 원희룡 도지사는 “이번 알뜨르비행장 일원에 전시되는 작품들을 행사가 끝나도 우선 3년 동안 전시할 수 있도록 최근 공근 측과 협의했다”며 “이것을 마중물로 시작해, 제주의 대표 다크 투어리즘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먼발치에 보이는 산방산과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군사기지 건설에 징용된 주민들의 애환, 양민 학살의 제주 4.3 사건. 잊지 못할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임에도 이 아름다움의 찬란한 슬픔이 가슴을 시리게 한다.
알뜨르비행장: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1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