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22일에 도청 앞 천막농성장 방문, 김경배 부위원장과 설전

원희룡 지사가 22일 아침에 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도청앞 천막농성장을 깜짝 방문했다. 김경배 ‘제주 제2공항 반대 성산읍 대책위원회’(이하 성산읍 대책위) 부위원장이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 단식을 시작한지 13일이 되는 날이다. 이 자리에서 원 지사는 제주 제2공항의 추진 과정에 대해 김 부위원장과 대화를 나눴는데, 서로 간에 선명한 입장차만 확인했다.

성산읍 대책위가 23일에 공개한 SNS 동영상에 따르면 원지사가 지난 22일 오전 8시쯤 제주도청 맞은편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원지사는 현장에서 김경배 반대위 부위원장과 4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

원 지사를 맞은 김 부위원장은 “저번 전략환경영향평가 진행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절차 진행을 (국토부에) 요구했나, 왜 도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위반하는 행보를 자꾸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원 지사는 “찬성을 얻으려는 거는 다른 문제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알잖냐”고 되물었다.

대화가 공전하자 김 부위원장은 “왜 동의 없이 자꾸 (국토부에)진행을 요청하느냐는 물음이다”고 확인시켰다. 그러자 원 지사는 “동의 없이 (국토부에 진행 요청)하지 말라는 얘기는 (제2공항 추진을)하지 말란 말이잖냐”고 답했다. 결국 해당 주민의 동의 없이도 제2공항 추진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어서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김 부위원장은 “그러면 하지 마셔야죠”라고 말했고, 원 지사는 “그건 서로의 생각이 다른거”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부위원장은 “우리 4개 마을 주민은 도민이 아니냐. 왜 당사자 의견을 묻지 않고 부적절한 공문을 자꾸 보내냐”고 따지자, 원 지사는 “오늘은 건강상태 보러 온 거니까 나중에 얘기하자”며 물러섰다.

김 부위원장이 다시 “나중이 아니고 지금 중단 요청하십시오”라고 재차 요구했고, 원 지사는 “그 요구는 (성산읍 대책위가)지금까지 해왔으니까”라며 발을 뺐다. 그러자 김 부위원장이 “내가 억울해서 와 있다. 우리가 고향을 버리고 쫒겨나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고 원 지사가 “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김 부위원장은 “우리와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이 자꾸 진행을 요청하느냐”고 다시 따졌고 원 지사는 “협의가 거부권을 주는 건 아니다. 의견을 충분히 들으라는 말이다”고 해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공항이 들어오면 저희는 죽은 목숨이다. 중단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하자 원 지사는 “경배씨 기운이 많이 남았다”고 말을 돌렸다.

김 부위원장은 “중단 요청하라”고 반복해서 요구했고, 원지사는 “그건 할 수 없다”고 맞섰다. 김 부위원장은 “제가 여기서 죽어도 괜찮냐”고 따지자, 원 지사는 “죽으면 안돼죠”라며 “건강부터 챙기라”고 답했다.

이날 원희룡 지사의 방문에 대해 성산읍 대책위에 참여한 인사는 “공항확충지원단의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대화를 하는 척 하기 위한 행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