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식/ 경영학 박사, 제주대 겸임교수

“프레임에 매몰된 사고로는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제주경제를 진단하고 미래전략을 제시하는 것은 쉬운 것은 아니다. 다만 실무적 관점과 학자적 마인드에서 현재의 제주도의 경제구조와 추진하는 거시전략들을 살펴보면 시대적 트렌드에 못 미치고 있다는 생각에 개인적인 관점임을 전제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017년 9월 호남지방통계청에서 발표한 ‘경제총조사 결과로 본 제주지역 산업구조의 특성 변화’를 분석해 보면 제주지역의 경제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관광산업과 농업을 근간으로 한 서비스산업에 치중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음식, 숙박업(26.3%)과 도소매업(25.6%) 및 부동산임대업(3.2%), 기타 서비스업(20.3%)으로 75.4%가 서비스산업이며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서비스업종이 중심적이다. 반면에 제조업(4.0%)이나 건설업(4.2%)은 그 비중이 열악하다. 또한 규모별로 보더라도 종사원수가 10명 미만인 기업이 92.7%로 영세하다. 특히 이들 업종은 경기 민감도가 높아 경기변동에 따라 부침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위기에 직면했을 때 유연성이 떨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진입장벽이 낮아 시장진출이 쉽기 때문에 창업과 폐업이 빈번하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라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제주의 산업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제주경제에는 다양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변화무쌍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FTA로 인한 농업 기반의 위기, 중국인 투자 증가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등, 그리고 사드문제로 야기된 중국관광객 급감 등은 대표적인 현상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제주로 유입되는 인구의 증가로 1987년 50만 인구를 넘어선 이래로 26년 만에 60만 인구를 돌파하는 신이민시대를 맞이했지만 교통문제, 부동산 급등으로 유입속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점도 고민해야할 과제이다.

제주경제가 이러한 변화의 파고에서 우상향의 방향을 유지하게 된 근간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의 증대에 따라 소비여력이 높아졌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해 본다. 또한 제주도정의 자립도 역시 부동산 거래의 증가와 지가 상승에 따라 지방세수의 급증에 기인해 높아졌다. 하지만 신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정책과 중국 투자자 유입 급감으로 부동산 경기에 거품논쟁이 재현될 조짐이기에 소비 측면에서의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성장 동력이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는 분야를 보면, 대표적인 것들이 관광산업, MICE산업, 물산업, 바이오산업, 신재생에너지산업 등이다. 그러나 이들 산업의 현황을 한걸음 더 들어가서 살펴보면 체계적인 실행보다 화려한 전망으로 일관되어 있는 구호성에 가까운 정책들이 즐비하다. 대학에서 MICE 강의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다른 지자체보다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창출이 답보하고 있고, 통계자료의 업데이트 및 성과분석자료 부재, 관련 인재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 부재 등으로 점차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지식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한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서 제주경제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데 필요한 제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최근의 경제 환경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제주 경제의 위기와 기회를 찾아낼 수 있는 미래전략그룹을 구성해 미래를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추진해 왔던 다양한 정책들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성과를 조명하고 문제점을 도출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MICE산업 정책, 물산업 정책, 신재생에너지 정책 등은 대표적으로 전략의 재설정이 필요한 산업들이다.

둘째, 제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지식경제 중심의 산업유치를 위한 인프라 개선을 위한 선제적 투자가 요구된다. 인재양성을 위한 투자가 시급하고 우수한 인력을 제주에 남게 할 수 있는 인센티브와 일자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텔레매틱스, 드론산업 육성, 금융기관 콜센터 유치, 생명공학과 연계한 바이오산업 연구소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및 인프라 확충을 위한 산학협동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셋째, 제주는 타 지자체와 다르게 지역갈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만큼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부족에서 나타나는 결과이기도 하다. 모든 정책을 제주다움을 우선으로 제시해 고통을 감내하는 정책은 이제 호응을 받기 어렵다. 도민 역시 변화하는 시대흐름을 이해하고 전향적인 자세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민의식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넷째, 산업별, 기업별 경쟁력 분석을 기반으로 지원정책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률적인 기업육성정책은 효과측면에서 미지수이다. 단계별, 규모별로 지원 정책과 내용의 변화를 통해 제주자본 육성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제주경제가 대한민국의 1%로 만족하는 자세는 더 이상 미래지향적이 아니다. 급변하는 경제환경 변화를 기회로 삼아 그동안 추진해왔던 다양한 정책들에 대한 건전한 평가를 통해 방향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임을 강하게 제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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