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성 대표 / 제주사랑 민중사랑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나는 우리의 살과 뼈를 갉아 먹으며 노리개로 만드는 세계적 관광지 제2의 하와이 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써, 생활의 보금자리로써의 제주도를 원하기에 특별법 저지, 2차 종합개발계획 폐기를 외치며 또한 이를 추진하는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이 길을 간다.” - 故 양용찬 열사의 유서 중에서

1991년 11월 7일 오후 7시 40분 경, 故 양용찬 열사(당시 25세, 서귀포나라사랑청년회 회원)가 온 몸에 석유를 뿌리고 건물 3층 옥상에서 분신, 1층 건물로 투신했습니다. 매년 추모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지만, 올해 11월 7일은 특별합니다. 2017년 11월 7일은 열사의 기일과 생일이 겹치는 날입니다.

열사는 민중을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 서게 만드는 현실을 비판하고 저항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소식에 용찬이는 농민의 손에서 괭이를 빼앗고 고데들기(시멘트를 바를 때 쓰는 도구)를 강요하고 있다며 삽과 괭이 드는 삶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991년 12월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정 공포된 이후 수많은 제주도민이 괭이 대신 고데들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열사에게 고데들기를 들어야만 하는 어느 도민의 삶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은 것이었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도 삶의 방식이 바뀌었고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더 이상 동일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손에 괭이 대신 고데들기를 들게 될수록 더 많은 개발사업이 필요해집니다. 

열사가 제주의 아버지들에게 마지막 전언은 이랬습니다.

우리는 결코 세계적인 제주를 원하지 않습니다.
제주인에 의한 제주인을 위한
제주다운 제주를 원할 뿐

26년이 지나면서 위정자들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며 제주의 발전을 말합니다. 26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제주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까? 군사기지, 영리병원, 영리학교, 한라산 케이블카, 쇼핑 아울렛, 카지노……. 이런 것들이 아직도 유령처럼 제주사회를 배회하며 우리의 삶과 삶의 터전을 빼앗았습니다. 대형 개발사업으로 도민과 목장들이 매각되었습니다. 내·외국인들의 제주도 토지와 건물 매입이 날로 증가했습니다. 이제 제주도민이 쫓겨날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율이 높아졌습니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서비스 산업이 앞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방도라고 교육받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삶보다 국가 경제,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근로자로 탄생할 것입니다. 우리의 아들, 딸들은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고 관광객을 맞이하는 서비스 맨으로서의 삶을 강요받게 될 것입니다.

개탄스럽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주도는 폭주기관차처럼 앞만 보고 달리고 있습니다. 원 지사는 제2공항이 “제주를 미래로 이끌 제2의 전환점이 될 것”이며, “이미 포화상태의 제주의 관문을 키움으로써 제주경제성장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제2공항 건설을 치켜세웠습니다. 그런데 원 지사의 말처럼 경제 성장의 결정적 계기가 될까요?

제주공항만이 포화상태가 아닙니다. 쓰레기 매립장도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더 많은 관광객이 올수록 쓰레기 오름이 생겨날 것입니다. 제주의 도로는 수많은 차량 행렬로 채워질 것입니다. 제주는 이미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전국 최고수준입니다.

오라 관광단지는 또 어떻습니까? 제2공항과 더불어 오라 관광단지는 제주도민의 운명에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5조원대의 대형 개발사업인 오라 관광단지는 해발 580m 한라산 중턱, 마라도의 12배 규모 부지(357만5천㎡)에 관광숙박시설, 휴양문화시설, 상업시설, 18홀의 골프장 등이 한꺼번에 조성되는 난개발 사업입니다. 제주의 생명수의 지하수 수량은 한계에 달해 있는데, 사용량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2050년대에 이르러서는 위기에 도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우리는 개발의 거짓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1983년 12월 31일, 양용찬 열사의 일기장에 <테니슨/ 제야의 종소리> 시가 적혀 있습니다.

종을 울려서 떠나보내라, 낡은 것들을
울려서 받아들일 지어다, 새로운 것을
울려 펴져라, 행복한 종소리여
눈 내리는 벌판을 넘어 올해도 저물어 간다.
이 한해를 떠나보내게 하라
울려서 보내라, 거짓을
울려서 마중하자, 진실을
울려서 환영하자, 진리와 정의를 사랑하는 마음을
울려서 받아들이자, 선을 사랑하는 중생의 마음을  

양용찬 열사는 제주도 개발과 농업 개방의 거짓을 떠나보내고, 그리고 진실을 마중하자고 했습니다. 양용찬 열사 26주기 추모제를 통해 그 동안 제주 개발의 거짓을 떨어내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진실을 만들어야 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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