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보전을 위한 세미나, 17일 오후 2시 서귀포시청 별관 셋마당에서 열려

제주어보전을 위한 세미나가 ‘제주어, 제주어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17일 오후 2시, 서귀포시청 별관 셋마당에서 열렸다. 세미나는 <서귀포신문>이 ‘모실 캉 궨당 멩글락’(마을을가서 친척 만들기)라는 주제로 지역신문발전위윈회 창의주도형사업에 선정되어 마련하게 된 행사다.

서귀포신문과 오영훈 국회의원실이 주최했고, 제주어보전회와 한국언어연구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한국언론진행재단과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후원했다. 주제가 ‘제주어’인 만큼 발표와 토론이 상당 부분이 제주어로 진행됐지만, 표기 기술의 제한으로 표준어로 기록했다.

-편집자 주

제주어보전 세미나에 참석한 시민들.
안창흡 <서귀포신문> 편집국장이 송형록 대표를 대신해 인사를 전하는 모습(좌)과 토론의 좌장을 맡은 김순이 회장이 개회식장에 서 있는 모습(우).
양용창 교수(좌)과 양전형 시인(중), 오창명 교수(우) 등이 차례로 주제발표에 나섰다.
토론에 참여한 강덕환 시인과 정민자 방송인, 강창보 문화해설사 등의 모습.
토론에 참석한 김정숙 제주어 연구가.
토론장 현장 모습.

제주어보전을 위한 세미나가 ‘제주어, 제주어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17일 오후 2시, 서귀포시청 별관 셋마당에서 열렸다.

개회식에서 송형록 <서귀포신문> 대표는 “그동안 제주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선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한 가지라도 더 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말한 후 “사라져가는 제주어를 발굴해 도민들 뿐만 아니라 이주민들까지 제주어로 하나가 되어 제주어가 널리 오래 사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회식이 끝난 후 토론회가 이어졌다. 좌장을 맡은 김순이 시인은 “제주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뜻 깊은 자리를 만들게 되서 기쁘다”고 말했다.

양창용 제주대학교 교수가 ‘소멸위기 언어의 이해-외국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양 교수는 소멸언어를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일랜드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례를 분석하며 바람직한 제주어보전의 방향을 제시했다.

양 교수는 “지구상에 230개 나라가 있는데 언어는 6~7000개에 이른다”며 “한 국가 안에도 여러 개의 언어가 분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1만 명 이하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는 2500개정도에 이르기 때문에 언어 소멸이 세계적 문제”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아일랜드는 갤릭어를 고유어로 사용하다가 영국의 침략과 대기근 시대에 영어를 사용하다가 1980년대부터 40% 학생이 갤릭어 교육을 수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1992년 독립과 함께 국가 공식어로 지정했고, 갤릭어 사용을 제도화한 법률이 제정됐고 갤릭어를 전문으로 사용하는 방송국도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인디언 언어 98개가 있는데, 이들이 소멸 위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1970~80년대 이중언어 문화프로그램을 도입하고 1990년대 연방정부에서 인디언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법령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버클리대학 등에서 인디언 언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교육하는 방법을 제공하고 교사들을 위한 정기적인 교육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두 지역어의 사례를 분석한 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 △지역 자치단체의 체계적 관리 △커뮤니티의 자발적 노력 등으로 지역어가 소멸의 위기를 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양전형 제주어보전회 이사장(시인)이 ‘제주어문학의 필요성과 현실 더듬기’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양 이사장은 기존의 제주어 시들을 소개하며 제주어보전에 있어서 제주어 문학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양 이사장은 “제주어는 독립된 언어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창의적이고 분명하며, 은유성이 강해 문학의 도구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언어”라고 극찬했다. 양 이사장은 “제주어를 사용하여 가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일은 연금술”이라며 “현대시는 문자 시인만큼 글로 다듬어 제주어의 독특한 울림과 전달, 함축미 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제주어문학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창작의 출발부터 100% 제주어로만 쓸 것인지, 아니면 거의 제주어 위주로 쓰되 필요한 만큼 표준어를 사용할지, 표준어 중심으로 쓰되 제주어 단어 몇 개를 사용해 작품을 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창명 제주국제대 교수가 ‘제주방언의 변화와 보존’이란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오 교수는 구좌읍 김녕리 용천동굴에 세겨진 벽화의 글씨와 하원동 법화사지 출토유물, 고려사 ‘탐라현’조의 기록 등을 차례로 검토한 후에 “고려시대의 제주문자는 모두 한자인데 언어들은 한자어와 고유어 그리고 이들의 혼종어가 주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종실록지리지 ‘정의현’조의 기록이나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제주목, 산천’조, 충암 김정의 ‘제주풍토록’, 김상헌의 ‘남사록’, 이원진의 ‘탐라지’ 등을 소개하며 “조선 이후의 제주방언은 한자어와 고유어, 이들의 혼종어, 차용어 등이 제주어를 이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일본인 언어학자 소창진평(小倉進平)이 1911년에 남긴 기록에는 산을 ‘오롬’이라 했고, 숲을 곶 혹은 고지라 했는데, 최근에 이를 모르는 사람이 곶자왈이라는 말을 만들어 사용한다”며 “제주어를 사용할 때는 기록과 어원을 살펴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발표가 끝나자 토론이 이어졌다.

강덕환 시인은 “제주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75세 이상의 노인들이 돌아가시면 제주어가 소멸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선생님의 질문에 ‘게매 양? 이라고 답하자 자신의 뺨을 때린 교사와 제주4·3당시 ‘모르쿠다’라고 답하는 주민을 살해한 서북청년단원의 사례를 언급하며 “제주어는 슬픈 운명을 타고났다”고 말했다.

강 시인은 “제주도가 제주어 조례를 만든 게 전국에서 유일한 지역어 보존 조례지만 상위법인 국어기본법이 제주어 보전을 방해하고 있고, 조례도 ‘가독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소한 병기하도록 정해’ 사실상 조례가 실효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도종환 장관이 취임할 때 지역어 살리기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민자 연극인은 “제주어가 이주민들이나 어린이들에게 쉽게 노출돼야 제주어가 보존될 것”이라며 “어린이들이 제주어를 실생활에서 말로 널리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장에서 제주어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제주어를 적확한 표준 제주어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물었다.

강창보 문화관광해설사(제주대 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외지인들과 끊임없이 대화해 온 경험이 있다”면서 “여행객들에게 제주어를 얼마나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지만 아직 정답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주어를 제주 사람들끼리만 사용해서는 안 되는데 새롭게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남은 숙제”라고 말했다.

김정숙 제주어 연구가는 “제주어보전회가 도민과 이주민들에게 제주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문자보다는 말하기 중심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표기 역시 중요해서 말하기와 병행해 표기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학생들 자유학기에 제주어 강의가 도입되어 출강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기대 이상으로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주어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주어를 일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회의나 세미나 등도 제주어로 진행하고 집에서는 아이들과 제주어 중심으로 말하면 제주어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초등학교 교과 시간에 한 달에 두 시간 만이라도 제주어 수업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언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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