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희 / 스페이스 D 디렉터

제주도립미술관이 개최한 1회 제주비엔날레가 보름 남짓 남았다. 우여곡절 끝에 어느 정도 행사 외관을 정비했지만 중앙과 지역의 언론, 그리고 제주도의회의 행정감사에서 비판을 피하진 못했다. ‘투어리즘’이라는 주제의 해석 빈곤, 썰렁한 관람객처럼 흔한 지적에서부터 지역 언론과의 소통 부재, 예술가와 관객에게 불친절한 행사처럼 전문성의 문제도 있었다.  

  필자는 미술계의 일원으로 제주비엔날레가 잘 되기를 빌면서도 우려했던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그러나 초기에 제기되었던 미술관장이 컨트롤타워를 맡는 운영 형식, 갈팡질팡한 주제, 거창한 계획에 비해 부실한 내용 등의 우려를 떨쳐버릴 정도의 초능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정작 주전시라 할 수 있는 도립미술관의 전시는 혹평을 받은 반면에 JDC의 2억원에 비엔날레 예산 1억이 들어간 알뜨르 비행장 전시는 장소가 주는 특별한 감동에 힘입어 더 주목받은 것은 아이러니이다. 대신에 서귀포극장의 전시는 구색 맞추기용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정도로 홀대를 받았다. 비엔날레 전시장을 연결하는 셔틀버스 노선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원래 설치된 복잡한 구조물과 섞여서 혼란만 가중시켰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는 불행하다. 1995년 열린 제주비엔날레도 논란과 우려 속에 재생하지 못했다. 당시에 비엔날레 백서를 만들어 두었지만 어쩐 일이지 이 백서는 올해 비엔날레의 진행에 아무런 지혜가 되지 못했다.

  다시 제주비엔날레 백서를 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 실수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제주도립미술관이 아닌 제3의 기관(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이 주체가 되어 국내외 전문가를 초빙해 비엔날레를 보여주고 평가해야 하고 시민의 반응을 조사하여 다음 비엔날레를 어떻게 할지 준비할 자료로 삼아야 한다.

  제주비엔날레 백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가길 바란다. 먼저 준비 심포지엄에서 제기되었던 여러 문제들을 얼마나 소화했는지, 단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스춰로 심포지엄을 활용했는지 진단해야 한다. 두 번째는 운송, 설치, 홍보 등 전체예산을 미술관 운영팀에서 관리하지 않고 컨소시엄을 꾸린 외부회사에 통째로 넘겨 맡긴 것이 타당한 방법이었는지, 작품 제작비, 설치비, 홍보비, 인건비 등 사용 예산이 제대로 타당하게 쓰여졌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참여한 작가뿐만 아니라 관람객에게도 만족도를 물어서 평가 자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백서가 나온 후 도내 미술인과 도민이 함께 모여 정리된 사실을 토대로 향후 제주비엔날레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자리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술관장이 주도하는 비엔날레가 제주에 타당한지, 그리고 지역미술계의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이 있는지 토론하고 차근차근 짚어야 할 것이다. 노르웨이의 베르겐 시는 6년 동안 토론과 심포지엄을 거쳐 시민과 전문가가 동의한 트리에날레를 연 바 있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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