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심의 여덟 번째 시집

김병심 지음 / 140*195 / 118쪽 / 도서출판각 / 8,000원

사랑은 피고 지는 일이라 생각했다』는 김병심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이 출간됐다.총 5부 66편이 담긴 시집은 ‘사랑’에 대한 내면 체험을 시적 형상화한다.

시를 쓰게 하는 힘은 ‘만남’이 아니라 ‘그리움’이다. 짝사랑이 시를 더 잘 쓰게 하고, 더 가슴이 아리게 다가온다. 곁에 없는 이를 떠올리며 아껴먹는 사랑의 간절함과 지속성을 토대로 삼았다.

시집에 담은 연서를 읽다보면, 사랑 앞에서 두려움이 없는 영혼의 풍경들을 발견한다. 어떤 때는 사춘기 소녀처럼 속이 훤하게 드러나 보여 웃음이 번진다. 사랑을 하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게 되는 것이고 우주의 진리를 깨닫는 체험을 하게 된다. 사랑은 어리거나 나이 듦에 따라 변하는 게 아니라 동일한 세계를 갖게 한다. 제아무리 센 기백을 가진 이라도 사랑하는 대상 앞에서는 발톱과 송곳니를 감추며 연약하고도 얌전한 세계를 보여준다. 여리고 아린 몸살을 앓던 화자의 서툰 문체가 때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총화인 꽃을 피워낸다. 김시인이 찾아낸 세계가 그러하고, 삼라만상을 살리는 서천꽃밭이 그렇다.

이 시집을 읽으면, 신이 주신 축복인 사랑이 모든 감각과 감정을 초월해 명랑하게 예술로 승화하는 과정들을 볼 수 있어 재미있고, 사랑의 예언서 같아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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