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잠수함 미시시피호가 떠난 뒤 방진복을 입은 운전자가 폐기물을 싣고 제주해군기지에서 나온 탱크로리 차량. 주민들의 폐기물의 종류를 확인하자 운전자는 차를 세워둔체 떠났다.

미 핵잠수함이 떠나고 폐기물 운반차량의 운전자가 방진복 차림인 것이 목격돼면서 방사능 폐기물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제주해군기지에서 배출되는 폐수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반대대책위)는 30일 성명을 내고 제주해군기지 내에서 배출되는 폐수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요구했다.

미 핵잠수함 미시시피(SSN-782)호가 지난 22일 입항해 머물다 27일 떠났다. 강정마을과 시민사회단체는 이 기간동안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핵잠수함의 제주해군기지 입항을 강력하게 규탄하기도 했다.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미시시피호가 출항하던 날, 방진복 차림의 운전자가 탱크로리 폐기물 차량을 몰고 해군기지 정문을 나오는 것이 목격됐다. 이에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은 내용물의 성격과 성분 확인을 운전자에게 요구했다. 또 서귀포시 생활환경과에 신고해 적재물 확인을 요청했다. 시청 공무원의 요구에 운전자는 해군기지 안으로 들어가 2시간 30여분만에 서류를 가지고 왔으나, 단지 ‘폐수’라고만 적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대책위는 “오폐수 차량이 핵잠수함 출항 후 나온 점, 운전자들이 방진복을 입고 있던 점을 고려할 때, 폐수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4시간여에 걸친 대화 끝에 서귀포시는 탱크로리에서 검사 시료로 8리터를 채취했다. 

반대대책위는 “서귀포시가 시료 검사를 통해 지정폐기물 여부만 확인할 뿐이라고 밝혀  해경에 검사를 의뢰했으나, 역시 자신들의 업무 범위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폐기물 차량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폐수.

반대대책위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라도 성분조사를 하기 위해 폐수의 시료를 마을회에도 달라고 하였으나, 업체 직원들은 마을회에는 주지 않겠다며 탱크로리 차량을 놔둔 채 현장을 떠났다. 안전성을 증명한 어떠한 증빙자료도 갖고 있지 않던 ‘폐수’를 적재한 탱크로리 차량은 사흘째 폐수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채 방치 되어 있는 상태”라며 우려를 표했다.

미 해군은 이미 2008년 일본의 사세보항에서 핵잠수함 휴스턴호로부터 방사능을 유출한 적이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방사능이 유출되는 상태에서 사세보, 요코스카, 오키나와를 기항했다는 점이다.

일본 고베시의 경우 조례 등을 통해, 입항하는 모든 외국의 함선은 핵물질을 탑재하고 있지 않음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비핵증명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하고 있다. 

반대대책위는 “관할 행정인 서귀포시는 물론 제주도 역시 핵추진 함정의 입출항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폐수 뿐 아니라 혹시 모를 방사능 물질 배출의 문제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도민의 안전을 위해, 무엇보다 평화의 섬 이라는 제주의 미래 비전을 위해 제주도가 제도 마련과 관련부서 정비에 시급히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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