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소 취하, 양측 화해·상생·마을공동체 회복 노력하는 내용 담은 법원 조정안 효력 발생

오랜 기간 강정마을 주민들과 해군기지 반대 활동가들의 삶을 옥죄던 구상권 문제가 일단락됐다. 구상권 청구 사건의 원고인 해군은 소를 취하기로 하고, 원고(해군)와 피고(주민과 활동가 등)은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는 일체의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이상윤 부장판사)는 지난 11월 16일 오후 2시, 구상권 청구 소송과 관련해 최종 조정기일을 가졌다. 그동안 구상권 철회와 관련해 해군과 주민 측의 변호인단이 정확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만큼, 법원이 최종 직권조정에 나선 것이다.

이날 조정과정에서 양측 변호인단은 법원의 조정에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 조정안 내용은 △원고(해군)는 소를 취하하고 △양측이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일체의 소송을 취하지 않으며 △피고와 원고는 상호간 화합과 상생 및 마을의 공동체 회복에 노력하고 △소송비용 등은 각자 부담한다는 등이 포함됐다.

법원의 조정안이 공식적으로 게시되고 양측에 송달된 지 2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동의가 된 것으로 간주돼서 확정 판결의 효력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이제기 시한(14일)을 이틀 앞두고 정부가 구상권 청구 소송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강정마을 측 변호인들도 14일까지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것을 결정하면서, 법원의 조정은 효력을 얻게 됐다.

해군 발표에 따르면, 소송의 원고인 정부는 1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법원 조정안 수용여부를 논의하고, 갈등치유와 국민통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구상권 철회를 촉구하는 국회의원 165명의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 결의안’(1016.10)과 제주도지사․지역사회 87개 단체의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 건의문’(2017.6) 등 정치․사회적 요구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참여했던 활동가는 <서귀포신문>과의 통화에서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할지에 대한 입장이 개인별로 다르지만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운동가들이 구상권 철회를 공통적으로 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그동안 해군이 주민들의 생활터전을 파괴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반면, 보수정치권은 구상권 청구가 정당한 법절차를 밟고 진행되는 소송인만큼 대통령의 지시로 철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첨예한 입장차로 구상권 철회는 자주 난간에 부딪쳤고, 결국 법원이 조정에 나섰다. 양측 변호인은 혹시 법원의 직권 조정이 일부의 반발로 무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구체적인 내용은 최근까지도 공개를 꺼렸다.

해군은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예산 1조765억 원을 투입해 강정해안에 함정 20여척과 15만톤급 크루즈선박 2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하는 내용으로 해군기지 사업을 추진했다.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군사기지 건설에 맞서 투쟁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계는 황폐화됐고 500여 명이 사법처리 됐다. 그리고 해군은 지난해 주민과 활동가들이 국책사업인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방해해 손해가 발생했다면서 34억 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에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 등 116명과 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구상권 철회’를 공약했고 당선 후에 이를 해결하기 우해 고심했다. 그런데 보수진영으로부터 대통령이 사법 절차를 붕괴시켰다는 비난을 받는 상황을 부담으로 여겨 이들을 설득할 만한 명분을 찾기에 고심했다고 전한다.

청와대와 정부가 그동안 제주도를 방문해 주민과 활동가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해군과 반대 측의 의견조율을 시도했지만 양측의 골이 깊어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결국 법원의 직권 조정으로 주민과 활동가들의 삶을 옥죄던 구상권 문제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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