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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아들을 가슴에 묻고, 아들은 다시 별이 되다故 이민호군의 영결식이 6일 서귀포산업과학고에서 열려, 슬픔과 회환, 분노가 뒤섞여
장태욱 | 승인 2017.12.06 11:35
고 이민호군의 보모님이 아들의 영정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이다.
이민호군의 운구가 영결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이석문 교육감이 조사를 낭독하는 장면이다.
김여선 참교육제주학부모회 회장이 현장실습제도와 무책임한 어른들을 향한 분노를 담아 추도사를 낭독했다. 추도사가 이어지는 동안 이민호군의 부모님을 오열했고 이석문교육감과 원희룡 지사는 고개를 숙였다.

故 이민호군의 영결식이 6일 개최됐다. 비정한 사회를 온몸으로 폭로한 어린 영혼은 가족과 친구 선생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정든 학교를 떠났다. 평소 그를 아까고 사랑했던 가족과 친구들의 얼굴에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제주도교육청은 6일 오전 9시에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이민호군의 영결식을 개최했다. 민호군의 장례는 제주도교육청이 앞서 밝힌 대로 교육청장으로 치러졌다. 

앞서 7시 30분에 제주부민장례식장에서 발인이 진행됐다. 전날 내린 눈이 녹아서 운구를 실은 차는 예정된 시간에 맞춰 서귀포산업과학고 교정에 들어섰다.

영결식장에는 가족과 친구를 떠나보내는 이의 슬픔과 현장실습생의 처우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당국의 회한, 또 어른들의 무책임으로 또 한 명의 어린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분노가 뒤섞였다.

이석문 교육감은 교육책임자로서의 후회와 자책, 회한을 담아 조사를 낭독했다. 이 교육감은 “어른들의 왜곡된 욕망과 이기심이 당신의 꽃다운 삶을 저물게 했습니다”며 “피와 눈물이 없는 육중한 쇳덩어리에 눌려 당신이 고통을 호소할 때조차, 어른들은 당신에게 한 줌의 온기 어린 손길을 건네지 못했습니다”라고 자책했다. 그리고 “얼마나 어른들의 따뜻한 구원이 절실했을까를 떠올리면 지금도 차오르는 후회와 자책을 지울 길이 없습니다”고 회한을 남겼다.

이 교육감은 “당신이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며,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고 전해주는 진심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며 “사력을 다해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펼쳐 보이겠습니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스무 살의 문턱에서 당신을 짓눌렀던 온갖 모순의 무게감을 훌훌 벗어버리고 푹 쉬십시오”라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김여선 참교육제주학부모회 회장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의 추도사에는 현장실습제도와 민호군을 죽음으로 몰고 간 비정한 어른들을 향한 분노가 가득했다.

김 회장은 “이민호군은 지난 12월 9일에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기계에 몸이 눌렸고, 홀로 숨을 쉬지도 못해 열흘 동안 인공호흡기에 몸을 의지하다 지난 12월 19일 아끼는 친구들과 부모님의 곁을 떠났습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소중한 아들, 형은 세상에 하나뿐인 단짝친구 동생을 잃어버렸는데 세상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고 한탄했다.

김 회장은 “언제나 함께할 거라는 친구들의 곁에 민호군이 없는데, 친구 민호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세상은 어제와 다를 게 없습니다” 비정하고 무책임한 어른들을 질타했다. 그리고 “기계가 고장이 났는데 회사는 이제 실습학생에게 다 알아서 하라고 맡겼고, ‘네가 잘해야 후배들이 취업을 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과 '실습을 잘 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회사의 말을 믿었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에서도 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며 현장실습생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학교와 교육당국을 향해 “민호가 전공과 관련된 일을 했나요, 어떤 환경에서 일했나요, 하루에 몇 시간씩 일을 했나요, 기계가 고장 나고 혼자 일하는 건 알았나요, 안전장치는 있었나요, 이 현장실습이 교육에 도움이 되는 건가요”라고 따져 물었다. 그리고 회사를 향해 “기계가 자주 고장 났는데 왜 고치지 않았나요, 40도가 넘는 찜통더위에 왜 혼자 일하게 방치했나요, 왜 경력자 없는 현장에 혼자 일하다 죽게 했나요, 학생들의 경력을 쌓게 한다는 취지로 현장실습 학생들을 받아놓고 왜 국민들 세금으로 지원받은 회사가 학생들을 착취했나요”고 따졌다.

그리고 “故 이민호 학생의 죽음을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파견형 현장실습 제도를 다시 원점에서 되돌아봐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민호군의 영면을 기원했다.

김 회장의 추도가가 이어지는 동안 이민호군의 부모님은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추도사가 끝난 후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다. 영결식이 끝나자 이민호군의 부모님은 혹시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아들의 채취를 느껴보기 위해 3학년 2반 교실을 들렀다.

민호군의 유해는 제주시 양지공원에 봉안된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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