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자연사박물관, 공동학술조사보고서 기반으로 한 특별전 마련해

 
▲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서중천의 원류를 찾아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인류 역사의 4대 문명. 메소포타미아, 황허, 이집트, 인더스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문명이 형성됐다. ‘물’이란 요소는 자연과 사람, 모든 생명체를 이루는 근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제주 섬의 중심,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따라 식물과 동물. 그 생명체를 둘러싸는 생태계가 형성되고 사람들은 생활 터전으로 인류 문명을 만들어 간다.

한라산에서 발원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하천의 줄기를 따라 제주의 생태학, 인류학, 고고학을 발굴, 발견하고 조사 기록해가는 작업이 진행됐다.

지난 2012년을 시작으로 민속자연사박물관, 국립제주박물관, 국립제주대학교박물관, 제주교육박물관 등 도내 4개 박물관은 제주 생태계의 피난처이며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한라산 계곡에 대한 학술탐사를 수행하고 학술집을 발간, 이 자료를 근간으로 하는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2012년 제주시 광령천, 2013년 서귀포시 중문천, 2014년 서귀포시 창고천, 2015년 서귀포시 연외천 그리고 2016년 서귀포시 서중천을 대상으로 학술조사가 진행됐다.

'맑은 영혼을 간직한 호랑지빠귀'

지난 5월, 「서중천 학술조사보고서-서중천의 원류를 찾아서」가 발간됐다. 크게 자연분야와 인문분야로 나뉘어 자연분야로 서중천 일대의 지형과 지질, 식물상, 곤충상, 야생 조류 분포와 특징을 기술하고, 인문분야로 서중천 주변의 선사유적, 지명, 금석문, 지속 가능한 힐링 공간으로서의 문화 자원 등에 대해 기술했다.

(사진설명) 드론 촬영과 3D 영상을 통해 크게 한 눈에 서중천의 원류를 보고 듣는다.

 

이에, 지난 8일부터 2018년 3월 31일까지 민속자연사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는 「서중천 학술조사보고서」를 기반으로 하는 전시가 마련돼 선보이고 있다. 보고서와 논문 형태의 성격을 갖춘 학술집을 보다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내용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과 사진, 조형물, 표본 등을 통해 서중천의 지질, 암석, 오름, 기암석, 식물, 새, 버섯, 고사리, 서중천의 흔적과 마을, 숲길, 문화자원, 고비와 옛기록 등을 간략하게 전시해 한 눈에 서중천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자료들을 선보이고 있다.

서중천 일대의 하계망. 이 외에도 옛 문헌 등을 통해 지명의 유래를 살펴본다. 정의현을 기준으로 남원읍의 옛 지명인 ‘서중면’에서 지금의 ‘서중천’이란 명칭이 유래되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전시를 준비한 민속자연사박물관 김완병 학예사는 “학술집을 기반으로 한 전시를 마련함으로써 전문가들만 공유하는 자료집이 아니라, 박물관을 찾는 다양한 많은 이들이 함께 보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박물관의 역할이 문화자원을 발굴함에 있어서 선두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또한 “지역의 소중한 자산을 발굴하고 지역민과의 소통하는 작업은 중요한 일이다. 콘텐츠를 개발하고 최소한의 기초자료를 마련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고 피력했다.

전시를 통해 “자연은 보고 갔을 때 자연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내가 살고 있는, 나를 둘러싼 자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서중천은 한라산 동북쪽에 위치한 흙붉은오름에서 발원해 동남쪽으로 흘러가며, 남원읍을 관통해 해안에 이른다. 마목장, 잣성, 그리고 4·3. 남원읍 마을을 관통하는 천을 따라 자연스레 사람들의 생활사를 만난다. 서중천의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하천 중간쯤에 위치한 남원읍 한남리에서는 매년 4월 하순, 고사리 축제를 서중천 일대에서 개최한다. 또한, 서중천 일대에는 바위그늘유적, 제한이곱지궤, 상엿집, 절도, 용수, 머체왓숲길 등 다양한 스토리텔링 자원들을 갖고 있다.

이번 서중천 특별전을 통해 제주의 중요한 생태계.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삶의 자취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주변에서 만나는 자연을 다시 새롭게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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