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구상나무 보전방안 심포지엄’, 14일 칼호텔에서 열려

김찬수 소장이 주제발표를 하는 모습이다.
박홍철 국립공원 연구원이 주요 국립공원의 침엽수림 생육현상을 발표했다. 화면의 사진이 지리산 세석평전.
문현식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는 장면.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고산성 식물이다. 한라산과 덕유산, 지리산 등 해발 고도가 1000m가 넘는 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구상나무는 1907년 제주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프랑스인 선교사 포리와 타케가 처음 발견한 것으로 전한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 부설 식물원에서 근무하던 영국 식물학자 윌슨이 ‘한국에 자생하는 네 가지 새로운 침엽수목들(Four new conifers from Korea)’ 이라는 논문으로 전 세계에 구상나무의 존재를 알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구상나무가 최근 10년 고유 서식지에서 집단 고사되고 있다. 앙상한 모습으로 죽은 채 서있는 구상나무는 이제 기후변동과 생태계 위기의 상징이 됐다.

‘한라산 구상나무 보전방안 심포지엄’이 14일 오후 1시30분부터 서구포칼호텔 ‘다이아몬드 룸’에서 열렸다. 국회의원 위성곤 의원실과 국립산림과학원이 공동으로 주최했고,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주관했다. 개회식을 제외하고도 1·2부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에 총 6시간이 소요될 만큼 강행군이 이어졌다.

구상나무 고사현상을 바라보는 공통의 문제의식은 고사현상이 최근 10년간 가속화되고 광범위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찬수 난대·아열대연구소장은 1부 주제발표에서 “구상나무는 한라산 해발 1300m부터 정상까지 분포하며 52개 아집단이 803.6 ha에 분포하고, 해발 1500~1600m 지역의 38.8%가 구상나무 군락지일 정도로 한라산의 대표수종”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그런데 구상나무 숲에 자라는 나무의 34~68%가 구상나무인데 전체 구상나무의 17.8~19.2%가 고사되고 있고, 심한 일부 지역에서는 50%가 고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고사목의 20.7%가 2010년 이후에 고사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2012년 발생한 태풍(볼라벤)과 2013년 가뭄으로 토양환경이 변화됐고, 한라산동사면 진달래밭과 서사면 윗세오름에 강수량이 전년의 20~30%에 불과해 수분 스트레스가 높아진 게 고사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박홍철 국립공원 연구원은  <주요 국립공원 아고산생태계 상록침엽수 생육현황 및 고사원인 파악>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국립공원 전반에서 7종 침엽수림의 쇠퇴현상을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지난 133년 동안 지구평균 온도는 섭씨 0.85도, 우리나라는 1.5도 상승했는데, 아고산 지역의 온도는 2도 정도 상승했다”며 기온상승을 침엽수림 쇠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그리고 “6개 국립공원 40개 관측지를 모니터링한 결과 대부분 관측지에서 2012~2014년에 고사가 높게 나타났는데 지리산 세석평전에서는 고사목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며 그 지역의 환경에 주목했다.

박 연구원은 “세석평전은 지대가 평탄하고 바람이 약하며 개울이 있어 수분이 풍부한 곳인데, 그 토양의 화학적 특성은 일반적 토양과 크게 다르지 않아 수분영향이 좋아서 고사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현식 경상대학교 교수는 <기후변화와 구상나무의 생장특성>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세석평전의 환경을 분석했다.

문 교수는 “1980~2010년, 세석평전 평균온도 30년 동안 섭씨0.7도 상승했다. 지난 100년 동안 전 지구적으로 온도가 0.85도 증가한 것에 비추어보면 기온상승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세석평전은 구상나무가 거의 독점하고 있을 정도고, 치수(어린 나무) 발생도 많아 구상나무 서식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곳”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 교수는 “나이테분석을 통해 밝혀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0년에는 세석평전 구상나무의 연간 생장량이 1.97mm였는데, 2010년에는 1.17mm로 감소했다”며 “세석평전도 구상나무 생존환경이 불리해지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지리산의 세석평전과 천왕봉 반야봉의 토양환경을 분석해본 결과, 세석평전의 수분함량이 28.4%, 천왕봉 21.7%, 반야봉 22.9% 등으로 나타났고, 고사율은 세석평전에서 가장 낮게 나타나 토양수분이 고사와 연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연구관은 <최근 제주도 기후변화 현황>이란 제주발표를 통해 최근 제주도의 기후변화 현상과 토양환경을 분석했다.

변 연구관은 “최근 우리나라에 약한 강수는 감소하는 반면, 폭우는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이런 현상이 나무에 스트레스를 주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라산 구상나무가 얕은 토양 위에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보면, 강수량이 증가해도 기온이 상승하면 표토의 증발량이 증가해 오히려 토양을 건조하게 만들 수 있다”며 최근 기후변동에 따른 한라산 표토 층의 건조가 고사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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