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택(제주대 철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이다. 하지만 정부수립 이후 70년 동안 우리 국민은 나라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난 해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뜻이 모여 우리 역사를 바꿨고, 우리 정치를 사이비 민주주의가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 길로 이끌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촛불정신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정부는 그동안 어둠이 빛을 가리고, 허위가 진실을 덮었던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 그것은 1700만명 촛불시민의 지상명령이요, 우리민족의 역사적 과제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근혜 정부의 적폐도 청산해야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오류도 시정해야 한다. 강정마을에 건설된 제주해군기지는 노무현 정부 당시 잘못된 정보에 의한 잘못된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초 노무현 정부는 주민동의 아래 제주해군기지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화순과 위미도 해군기지 부지로 거론되었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포기하였던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반면에 강정마을이 한 달도 채 안 되어 해군기지 부지로 선정된 것은 강정주민들이 동의한다는 거짓된 정보에 의한 것이었다.

  강정마을회는 지난 11년 동안 해군기지 부지를 선정하고 건설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하는 것에 대해 저항했다. 노무현 정부는 지역주민 유권자 1200여명 가운데 10퍼센트도 안 되는 87명이 참석한 2007년 4월 26일 마을 임시총회 결정을 정당한 것으로 오인하는 잘못을 범하였다. 아마도 당시 제주도정을 비롯한 정보기관에서는 다수 주민들이 해군기지 유치를 찬성한다고 정부와 청와대에 보고하였으리라. 하지만 그것이 거짓이었음은 지역주민 725명이 참석한 그 해 8월 20일 마을 임시총회에서 주민들이 압도적으로(94%)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경로야 어떻든, 잘못된 정보에 의해 노무현 정부가 잘못 결정한 것에 대해 참여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강정주민들은 자신들 의지와 상관없이, 아니 그 의지에 반해서 고향마을이 해군기지로 결정된 것에 저항했던 것이고, 그것은 무너진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하여 그들을 처벌함으로써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이중의 과오를 범하였다. 제주해군기지는 부지 선정과정에서부터 공사과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잘못과 과제를 남긴 채 건설되었다.

  지난 정부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은 절차적 부당성과 국가폭력에 저항하였고, 그 과정에서 행정적, 입법적, 사법적 차원에서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가혹한 고통을 당하였고, 평화롭던 마을공동체는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었다. 찬반을 떠나 마을주민들은 너무나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특히 해군기지를 반대했던 주민들은 그동안 육체적, 심리적, 경제적, 인간적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고 지금도 그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해군기지 입지선정 과정에서부터 건설과정에 있었던 잘못과 국가폭력에 대해서 진상조사를 하고 그에 합당한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 정부는 강정마을 대다수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사업을 강행한 것에 대해서 강정주민과 제주도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사법 처리된 마을주민과 활동가들의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피해에 대해 보상과 배상을 해야 한다.

  해군기지 건설 이후의 가장 큰 과제는 마을주민 간 갈등, 마을과 행정 및 해군 사이의 갈등으로 크게 훼손된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제는 다 끝났으니 아픈 과거를 잊고 화해와 상생을 하자고 해서 갈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정부와 해군과 제주특별자치도는 찬반 주민들의 갈등을 더 이상 심화시키지 말고, 마을주민들이 주체적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공동체를 복원하면서 지속가능한 마을비전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번에 강정마을회는 부당한 국가폭력에 저항하여 민주주의와 고향마을을 지키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던 제주해군기지 반대와 생명평화 운동에 대한 11년의 기록을 1300쪽 자료집으로 출간하였다. 앞으로 더 많은 문자, 사진, 영상 기록들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강정생명평화기록관(가칭)에 남겨 후세대와 세계인들의 민주, 인권, 생명, 평화의 교육장으로 사용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강정마을과 주민들의 희생에 예우하는 길이고, 그들의 아픔을 다소나마 치유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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