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출하가 문제로 지적, 유통명령제와 같은 조치 필요하다는 의견

한라봉.

2017년산 노지감귤 가격이 상종가를 기록하는 가운데, 시장에서 한라봉이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한라봉 3kg 한 상자 평균 낙찰가는 1만2100원을 기록했다. 같은 날, 노지감귤 3kg 한 상자 평균 낙찰가는 1만1500원. 한라봉과 노지감귤의 평균 가격이 거의 같았다.

한라봉 가격이 노지감귤에 비해 낮은 날도 있었다. 11일 한라봉은 1만3900원인데 노지감귤은 1만4200원을 기록했다.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의 평균 낙찰가를 놓고 전체 시장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노지감귤을 3kg 상자에 포장해 도매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대체로 품질이 양호한 경우다. 반면에 품질이 좋은 한라봉은 산지 농협이나 수집상이 대형 마트로 납품하기 때문에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한라봉은 최상의 상품은 아니다. 지역농협이 농가들이 생산한 한라봉을 농협 유통망을 이용해 농협하나로마트 등에 납품하는 경우, 농가에 돌아가는 수취가는 1kg 당 3500원 수준이다.

하지만 한때 과일의 여왕으로 불리며 제주를 상징했던 한라봉의 명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은 부정할 수 없게 됐다.

한라봉의 추락은 최근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제주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2016년산 한라봉 생산량은 4만4500톤이며 전체 조수입으로는 1280억원을 기록했다. 조수입으로는 만감류 가운데 으뜸이지만 kg당 평균 가격은 2880원/kg으로, 매우 초라한 성적표다.

반면, 한라봉에 비해 늦게 진입한 천혜향은 전체 생산량 1만3400톤에 kg당 4151원을, 레드향은 6460톤에 kg당 4760원을 기록했다.

한라봉 가격이 추락하는 데는 여러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 초창기 한라봉 생산이 소규모인 상황에서는 모양과 맛이 독특해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생산량이 늘어나 시장에 과잉 공급되면서 가격하락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아직도 수확하지 않은 한라봉이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후발 만감귤들의 시장 진입을 한 가지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한라봉 뒤를 이어 진입한 천혜향이나 레드향은 대체로 한라봉에 비해 신맛이 덜하고 당이 높다는 평이다. 과거 한라봉이 누렸던 지위를 천혜향이나 레드향이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 가지, 전문가들은 농가의 품질관리 실패를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한다. 한라봉은 개화 후 300일이 지나야 제대로 당이 오르고, 일정기간의 예조 기간을 거쳐야 신맛이 빠지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농가들은 홍수출하로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가온 후 12월이나 1월에 조기 출하하기 때문에 한라봉 미숙과들이 시장에 조기 공급된다는 것. 미숙과들이 전체 한라봉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도내 모 지역농협의 유통담당 상무는 “한라봉을 살리기 위해서는 노지밀감에 유통명령제를 적용해 출하시기를 제한하는 것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출하된 한라봉은 전체 생산량 가운데 매우 적은 비율이다. 그리고 아직 설 대목이 남아있어 한라봉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하지만 한라봉 이미지를 제고하고 전체 농가가 공존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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